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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1장. 고객이 없는 예술가

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
작성자
주식회사 쉼
작성일
2026-01-16 18:30
조회
67

 

Part 1. S - Spot the Niche (시장 발견)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


1장. 고객이 없는 예술가


-여기, 그곳-

여기가 이게 맞는걸까?

이해 못 할 이름이 쓰여있어서, 어제 받은 문자를 다시 들여다 보았다.

여기가 맞나보다 싶어 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풍경 소리가 사무실 안에 흐르는 재즈 음악에 섞여들었다.

안에서 K가 얼굴을 쑥 빼고 쳐다보았다. 10여평 남짓한 공간에 벽면 가득 책꽂이, 그리고 테이블이 있었다.

"왔어요?"

K가 한 손에 마시고 있던 커피 잔을 놓고서는 서연을 향해 손을 들었다. 어제와 달리 편한 차림이었다. 회색 니트에 청바지.

"네, 안녕하세요."

서연은 어색하게 인사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벽에 걸린 액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의 서명이 있는 스케치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K가 커피잔을 들고 다가왔다.

"앉아요. 커피 드릴게요. 뭐 마실래요?"

"아무거나요."

"아무거나는 없어요."

서연은 멈칫했다. K가 말을 이었다.

"여기 메뉴판 같은 건 없지만, 원두가 세 종류 있어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과테말라 안티구아, 브라질 산토스. 에티오피아는 산미가 강하고 꽃향이 나요. 과테말라는 균형 잡힌 맛에 초콜릿 노트가 있고. 브라질은 고소하고 무난해요. 뭘로 할래요?"

"어... 과테말라요."

"좋아요. 과테말라."

K가 원두를 갈기 시작했다. 서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그냥 커피 마시러 온 것도 아닌데."

"방금 뭘 느꼈어요?"

"네?"

"아무거나 달라고 했을 때, 제가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니까 고를 수 있었죠?"

"뭐... 그렇죠."

"...."

K가 핸드드립을 시작하며 말했다.

"'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팔겠다는 건, '아무 커피나 주세요' 같은 거예요. 상대방이 선택할 수가 없어요. 뭘 골라야 할지 모르니까."

서연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커피가 나왔다. K가 맞은편에 앉았다.

"어제 생각해 오라고 한 거, 해왔어요?"

"내 작품을 살 단 한 사람이요?"

"네."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자꾸 '이런 사람도 살 수 있고, 저런 사람도 살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만 들어서."

"예를 들면요?"

"음...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 아니면 차 마시는 거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그냥 예쁜 거 좋아하는 사람?"

K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맞는 말이에요. 근데 그게 문제예요."

"네?"

"전부 맞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K가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펜으로 동그라미를 크게 그렸다.

"이게 '도자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볼게요."

동그라미 안에 숫자를 적었다. 100만 명.

"대한민국에서 도자기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 대충 100만 명이라고 치죠. 이 사람들한테 다 팔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왜요?"

"다... 취향이 다르니까요. 좋아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예산도 다르고..."

"맞아요. 그래서 더 쪼개야 해요."

K가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들을 여러 개 그렸다.

"어떤 사람은 전통 도자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모던한 걸 좋아해요. 어떤 사람은 찻잔만 사고, 어떤 사람은 화병만 사요. 어떤 사람은 10만 원짜리를 찾고, 어떤 사람은 100만 원짜리를 찾아요."

"..."

"그럼 서연 씨 작품은 이 중에 어디에 해당해요?"

서연은 종이를 들여다봤다. 여러 개의 작은 동그라미들. 어디에도 자신의 작품이 딱 들어맞는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잘... 모르겠어요."

"그게 문제예요."

K가 펜을 내려놓았다.

"서연 씨는 지금 '도자기에 관심 있는 100만 명' 전체한테 말하고 있어요. 근데 100만 명한테 동시에 말하면, 아무도 안 들어요."

"왜요?"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K가 스마트폰을 꺼내 뭔가를 검색했다. 그리고 화면을 서연에게 보여줬다.

"이거 봐요. 도자기 작가 인스타그램이에요."

팔로워 15만 명. 피드에는 알록달록한 머그컵 사진들이 가득했다. 서연도 아는 작가였다. 동기들 사이에서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사람.

"이 작가, 뭘 파는 것 같아요?"

"머그컵이요."

"더 구체적으로요. 어떤 머그컵?"

서연은 피드를 천천히 스크롤했다. 사진마다 비슷한 패턴이 보였다. 파스텔톤 컬러, 동글동글한 형태, 그리고... 손글씨처럼 적힌 짧은 문구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괜찮아, 잘하고 있어' '커피 한 잔의 여유'

"위로... 를 파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이 작가는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파는 게 아니에요."

K가 말했다.

"'하루하루 지쳐가는 20-30대 직장인 여성'한테 팔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마실 때, 이 컵에 적힌 문구를 보면서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 그 사람들한테만 말해요."

"..."

"그래서 15만 명이 팔로우하는 거예요. '내 얘기다'라고 느끼니까."

서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떠올렸다. 팔로워 1,200명. 피드에는 작품 사진과 가마 작업 과정이 올라가 있었다.

'새벽 물안개 연작 완성' '유약 테스트 12차' '가마 온도 1,260도 실험'

전부 자기 얘기였다. 고객의 얘기가 아니라.

"저는... 제 얘기만 했네요."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래요."

K가 씩 웃었다.

"저도 그랬죠."


"공급자 중심 사고."

K가 종이에 큰 글씨로 적었다.

"이게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이에요."

그리고 그 아래에 또 다른 문장을 적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이거, 믿어요?"

서연은 머뭇거렸다. 솔직히 말하면... 믿고 있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어느 정도는요..."

"저도 그랬어요. 10년 동안 그렇게 믿었어요."

K가 고개를 저었다.

"근데요, 냉정하게 말할게요. 그건 '믿음'이 아니라 '회피'예요."

"회피요?"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안 해도 되는 핑계인 거예요. '내 작품은 예술이니까 상업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 '진짜 좋은 작품은 언젠가 인정받아.' 이런 말들이요."

서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정확히 자신이 해왔던 생각이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어요. 고흐처럼 살아생전에 인정 못 받다가 죽고 나서 유명해지는 경우."

K가 말했다.

"근데 서연 씨, 죽고 나서 유명해지고 싶어요?"

"...아니요."

"그럼 살아 있을 때 팔아야죠. 살아 있을 때 팔려면,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요."

K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게 '고객 중심 사고'예요. 내가 만들고 싶은 게 뭔지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부터 생각하는 거."

"그러면... 예술이 아니라 그냥 장사 아니에요?"

질문이 툭 튀어나왔다. 마음 한구석에 있던 불편함이었다.

K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서연 씨, 질문 하나 할게요."

"네."

"피카소 알죠?"

"당연하죠."

"피카소가 생전에 작품을 얼마나 팔았는지 알아요?"

"엄청 많이 팔았겠죠. 유명하니까."

"피카소가 평생 5만 점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고, 생전에 이미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거 알아요?"

"..."

"피카소가 장사꾼이었을까요?"

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피카소는 천재였지만, 동시에 마케팅 천재이기도 했어요. 자기 작품을 누가 살지 정확히 알았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포장해서 팔았어요. 작품의 예술성을 타협한 게 아니에요.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그걸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한 거예요."

K가 서연을 똑바로 바라봤다.

"고객을 이해하는 건 예술을 파는 게 아니에요. 예술을 '전달'하는 거예요. 전달이 안 되면, 아무리 좋은 작품도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요."


서연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충돌했다. 지난 5년간 믿어왔던 것들. '예술은 순수해야 한다.' '상업적으로 생각하면 작품이 오염된다.' '진짜 좋은 작품은 언젠가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런데 현실은?

전시회 마지막 날, 텅 빈 갤러리. 통장 잔고 마이너스.

내가 틀렸던 건가.

"어려워요, 그쵸?"

K가 부드럽게 말했다.

"저도 그랬어요. 처음에 이 얘기 들었을 때, 엄청 반발했어요."

"..."

"근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내가 지키려는 게 '예술의 순수성'인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인지."

서연은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이요?"

"네. 고객을 분석하고, 시장을 연구하고, 마케팅을 배우는 게 귀찮고 무서웠던 거예요. 그래서 '예술은 원래 그런 거 안 해도 돼'라는 말 뒤에 숨었던 거예요."

K가 창밖을 바라봤다.

"근데 숨어봤자 현실은 안 바뀌더라고요."

"..."

"그때부터 공부했어요. 마케팅, 브랜딩, 비즈니스 모델. 이건 예술을 배신하는 게 아니라, 예술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지키는 방법이요?"

서연이 물었다.

"네. 서연 씨,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뭐가 필요해요?"

"음... 돈이요?"

"맞아요. 돈. 재료비, 작업실 임대료, 생활비. 이게 없으면 좋아하는 일을 못 해요.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K가 손가락을 꼽았다.

"근데 돈은 어디서 와요?"

"고객이요."

"맞아요. 그럼 고객이 없으면?"

"돈이 없고... 좋아하는 일을 못 하게 되고..."

"결국 그만두게 되죠."

K가 말했다.

"저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사이클로 무너지는 걸 봤어요. 재능 있고, 열정 있고, 작품도 좋은데... 고객을 못 찾아서, 돈을 못 벌어서, 결국 포기하는 사람들."

"..."

"서연 씨는 그렇게 되고 싶어요?"

"아니요."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그럼 바꿔야 해요. 생각하는 방식을."

K가 종이를 뒤집었다. 깨끗한 면에 두 개의 화살표를 그렸다.

첫 번째 화살표: 작품 → 고객 "내가 만든 작품을 살 사람이 누가 있을까?"

두 번째 화살표: 고객 → 작품 "이 고객이 원하는 건 뭘까? 내가 그걸 만들 수 있을까?"

"첫 번째가 공급자 중심이에요. 작품이 먼저고, 고객은 나중. 지금까지 서연 씨가 해온 방식이에요."

"..."

"두 번째가 고객 중심이에요. 고객이 먼저고, 작품은 그 다음. 이제부터 배워야 할 방식이에요."

서연은 두 번째 화살표를 들여다봤다. 단순한 순서 바꾸기 같은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근데요."

서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면... 제가 만들고 싶은 걸 못 만드는 거 아니에요?"

"좋은 질문이에요."

K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건 오해예요. 고객 중심이라고 해서 고객이 시키는 대로 만든다는 게 아니에요."

"그럼 뭔데요?"

"교집합을 찾는 거예요."

K가 종이에 두 개의 원을 겹치게 그렸다.

왼쪽 원: 내가 만들고 싶은 것 오른쪽 원: 고객이 원하는 것 교집합: 사업

"서연 씨가 만들고 싶은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이 겹치는 지점. 거기가 사업이 되는 곳이에요."

"..."

"만약 이 두 개가 전혀 안 겹치면, 그건 사업이 아니라 취미예요. 취미로 하는 건 상관없어요. 근데 이걸로 먹고살겠다면, 교집합을 찾아야 해요."

서연은 그림을 바라봤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의 교집합.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내가 만들고 싶은 것'만 생각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머릿속에 없었다.


"그래서요."

K가 말했다.

"오늘의 숙제예요."

"숙제요?"

"네. 다음 주까지 해올 거예요."

K가 종이에 적었다.

숙제 1. 내 작품을 살 '단 한 사람'을 정의하세요.

이름 (가상)

나이

직업

사는 곳

가족 관계

취미

고민

왜 도자기가 필요한지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

"이걸 '페르소나'라고 해요. 고객의 구체적인 모습. 얼굴 없는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름이 있고 나이가 있고 고민이 있는 '한 명의 인간'이요."

서연은 숙제를 받아 적었다.

"이거... 어렵지 않아요?"

"어려워요. 처음엔 막막할 거예요. 근데 해봐야 해요. 이게 안 되면, 그다음 단계도 다 안 돼요."

K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힌트 하나 줄게요."

"네?"

"지금까지 작품 팔았던 사람들, 기억나요? 친구나 가족 말고, 진짜 고객으로 샀던 사람들."

서연은 생각했다. 떠오르는 얼굴이 몇 개 있었다. 전시회에서 구매했던 사람, SNS로 연락 와서 구매했던 사람.

"몇 명 있어요."

"그 사람들 떠올리면서 해보세요.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뭔지. 왜 샀는지. 뭘 원했는지."

K가 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답은 이미 과거에 있어요. 다만 지금까지 안 봤을 뿐이에요."


K의 사무실을 나서며 서연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교집합을 찾아라.

페르소나를 정의하라.

단어들은 이해했다. 그런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했다.

지하철을 타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좁은 원룸 한쪽에 물레와 가마가 있고, 반대쪽에 침대와 책상이 있는 작업실 겸 자취방.

서연은 책상에 앉아 노트를 폈다.

내 작품을 살 단 한 사람.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이름... 뭘로 하지. 나이는... 모르겠는데. 직업은...

아무것도 안 떠올랐다.

이게 왜 이렇게 어렵지.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인스타그램 DM 목록을 열었다. 과거에 작품을 구매했던 사람들과의 대화가 남아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한 대화에서 멈췄다.

6개월 전. 다기 세트를 구매했던 사람.

"혜진님 (32세, 판교)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품 너무 예뻐서 연락드려요. 신혼집에 놓을 찻잔 세트 찾고 있었는데, 작가님 작품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남편이랑 같이 쓸 찻잔이요. 가격이랑 구매 방법 알 수 있을까요?"

서연은 대화를 다시 읽었다.

신혼집. 남편이랑 같이 쓸 찻잔.

다음 대화.

"수민님 (35세, 일산) 작가님, 혹시 아이가 쓸 수 있는 그릇도 만드세요? 아이가 네 살인데, 플라스틱 말고 좋은 그릇으로 밥 먹이고 싶어서요. 근데 깨질까 봐 걱정이에요. 아이가 써도 안전한 도자기가 있을까요?"

아이. 네 살. 플라스틱 말고 좋은 그릇.

또 다음.

"지연님 (29세, 서울) 작가님 찻잔 너무 예뻐요 ㅠㅠ 자취방에서 혼자 티타임하는 게 낙인데, 예쁜 찻잔 있으면 기분이 더 좋아질 것 같아서요. 혹시 1인용 세트도 있나요?"

자취. 혼자 티타임. 1인용.

서연은 세 개의 대화를 번갈아 봤다.

신혼부부. 육아맘. 자취 직장인.

전혀 다른 사람들. 하지만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뭐지?

서연은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혜진: 신혼, 남편과 함께, 새 집, 의미 있는 물건 수민: 엄마, 아이를 위해, 안전, 좋은 것 지연: 혼자, 나를 위한 시간, 예쁜 것, 기분 전환

적고 나니 뭔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함께' 또는 '나를 위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그냥 그릇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 그릇으로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이게... 공통점인가?

서연은 다시 노트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적었다.

내 작품을 살 단 한 사람 (초안)

이름: 김지현 (가상)

나이: 34세

직업: IT회사 마케터

사는 곳: 서울 마포구

가족: 남편 + 딸 (4세)

상황: 바쁜 직장생활, 아이 돌봄, 지침

원하는 것: 주말 아침, 가족과 함께 쓸 예쁜 그릇

고민: 플라스틱 싫지만 도자기는 깨질까 걱정

예산: 10-15만 원 정도

다 쓰고 나니 뭔가 조금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서연은 노트를 덮고 창밖을 바라봤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김지현'.

100만 명이 아니라 단 한 명.

낯설었다.


[2장. 당신의 '단 한 사람'은 누구인가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