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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8장. 브랜드 스토리, 당신은 누구입니까(1)

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
작성자
주식회사 쉼
작성일
2026-02-03 10:43
조회
405

Part 3. I - Identity & Fandom

"1,000명의 진짜 팬이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것이다"


8장. 브랜드 스토리, 당신은 누구입니까(1)


 

한 달 후.

서연이 여기, 그곳에 끼익- 문을 열고 들어섰다.

​

"왔어요?"

​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던 K가 서연을 보며 인사했다.

​

"예."

"배송은 다 끝난거죠?"

"예. 배송 다 끝났어요."

"고생했어요."

​

K가 커피 잔 두 개를 들고 서연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왔다. 서연은 몸을 일으켜 커피를 받아들고 양손으로 잔을 감싸 쥐었다.

​

"어땠어요?"

"솔직히... 힘들었는데요... 그래도 뿌듯해요."

​

서연이 헤헤.. 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K가 서연의 얼굴을 보며 같이 웃다가 다시 물었다.

​

"인터뷰도 했어요?"

"네. 7명이요."

"아, 그럼 결과부터 볼까요?"

​

서연이 노트를 펼쳤다. 서연의 메모들 앞으로 K가 몸을 기울였다.

후원자 인터뷰 결과 (7명)

​

본인용 (5명)

전원 30대 워킹맘

4-6세 자녀

유입 경로: 인스타 5명

​

선물용 (2명)

30대 여성 (언니→동생 출산선물)

50대 여성 (시어머니→며느리 선물)

유입 경로: 텀블벅 검색 1명, 지인 추천 1명

"본인용이 더 많네요."

"네. 선물용은 생각보다 적었어요."

"그럼 타겟은 맞았던 거네요."

"네. 대체로요."

​

K가 노트를 가리켰다.

​

"더 재밌는 거 없어요?"

​

서연이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

"아.. 재밌다기 보다는 음... 대답들이 좀 신기했어요. '왜 샀어요?' 물어봤는데.."

​

서연이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

​

"스토리 보고 눈물 났어요. 저도 좋아하는 일 포기 못해서 버티고 있거든요."

"전자레인지 되는 예쁜 그릇 찾고 있었는데 딱이었어요."

"수제 도자기인데 가격이 생각보다 괜찮아서요."

"작가님 진심이 느껴졌어요. 응원하고 싶었어요."

"인스타에서 사진 보고 예뻐서요. 우리 집 식탁에 놓으면 예쁠 것 같았어요."

"아이한테 진짜 그릇 주고 싶었어요. 플라스틱 말고."

"출산 선물로 특별한 거 주고 싶었는데, 딱이었어요."

​

K가 노트에 적힌 문장들을 천천히 읽었다. 서연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렸다.

​

"음..."

​

K가 소리를 냈고, 서연이 노트를 다시 들여다봤다.

​

"저는 이유가 다 제각각이어서 좀 신기했어요. 같은 물건을 샀으니 이유가 몇 개로 좀 나눠질 줄 알았거든요."

​

"음.." 이라고 K가 다시 소리를 내더니, 몇 가지 단어에 동그라미를 쳤다.

​

"'진심', '응원', '스토리', 감정적인 단어들이 많네요. 전자레인지 되는 그릇'은 기능적 이유예요. '작가님 진심이 느껴져서'는 감정적 이유예요."​

구매 이유

기능적 이유: 필요해서, 쓸모 있어서

감정적 이유: 좋아서, 공감해서, 응원하고 싶어서

​

"둘 다 있네요."

"네. 둘 다 있어요. 근데 중요한 건..."

​

K가 연필을 빙글 돌렸다.

​

"기능은 '비교'가 돼요. 감정은 '비교'가 안 돼요."

"뭐.. 말 자체는 이해는 되는데.."

"그럼 이렇게 얘기해볼까요? 고객이 기능을 기준으로 생각해서 제품을 선택한다고 해봐요. 고객은 어떤 기준으로 고를까요?"

"가격, 디자인, 배송 속도..."

"맞아요. 그런게 기능이죠. 저쪽과 이쪽이 비교되는 것!"

​

K가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

"근데 '서연 씨의 스토리'는요? 다른 데서 팔지 않아요."

​

서연이 입을 우물거리며 조그맣게 말했다.

​

"...그래도 뭐, 아주 색다른 얘기는 아니잖아요. 다른 곳에서도 볼 법한 얘기기는 하죠."

"흠.. 그럴 수도 있죠. 모든 사랑과 이별 얘기는 거기서 거기예요. 다 비슷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도 나오고, 안나 카레리나도 나오고, 폭풍의 언덕도 나오는 거죠. 그것만이 아니라 아직도 엄청 나게 많은 사랑과 이별 얘기가 나와요."

​

서연이 노트를 무릎에 올렸다. 손가락으로 페이지 모서리를 구겼다 펴기를 반복했다.

​

"그게 왜요?"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잖아요. 사랑과 이별 얘기라는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저마다의 분위기와 색을 가지고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그것이 그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요. '서연 씨의 스토리'는 서연 씨만 가지고 있어요. 다른 데서 못 사요."

​


"또 뻔한거 생각해 볼까요?"

​

K가 테이블 구석에 놓인 자신의 커피 도구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손때가 타 반질반질해진 나무 드리퍼였다.

​

"꽤 비싸게 주고 저 드리퍼를 샀어요. 저기에 내릴 때는 원두도 아무거나 안 써요. 굳이 비싼 스페셜티를 골라오죠."

​

K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그렇지만 저도 탕비실에 있는 노란색 믹스 커피도 마셔요. 그냥 알갱이로 된 커피도 타 먹고요. 그럼 저는 저 귀찮은 드리퍼를 도대체 왜 샀을까요?"

​

​

서연은 팔짱을 낀 채 그 나무 드리퍼를 빤히 쳐다보았다. 예쁘긴 하지만, 설거지하기 까다로워 보이는 물건이었다.

​

"음... 시간 남아돌 때? 아니면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을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

K가 믹스 커피 봉지 하나를 집어 들고 흔들었다.

​

"이건 '살려고' 마셔요. 카페인 수혈이 필요할 때, 빨리 정신 차려야 할 때. 이건 '기능'이에요. 싸고, 빠르고, 효과 확실하죠."

​

K가 믹스 커피를 내려놓고, 나무 드리퍼를 집어 들었다.

​

"반면에 이걸 꺼내는 순간은 달라요.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고, 향을 맡고... 그 10분 동안은 '나를 대접하는 시간'이에요. 이 커피는 카페인이 아니라 '분위기'와 '여유'를 마시는 거예요. 그게 '감정'이고요."

​

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요. 제 타겟은 '워킹맘'이라면서요. 그 사람들이 아침에 원두 갈 시간이 어디 있어요? 믹스 커피 입에 털어 넣고 뛰어나가기 바쁜데."

"바로 그거예요."

​

K가 손을 탁 쳤다.

​

"서연 씨 고객들은 현실에서는 '믹스 커피'를 마시며 살아요. 전쟁 같으니까. 그래서 더 갈망하는 거예요."

"뭘요?"

"단 5분이라도, '드리퍼' 같은 순간을요. 내가 누군가의 엄마나 대리가 아니라, '나'로서 존중받는 순간."

​

서연이 문득 "아.." 소리를 내며 자신의 커피잔을 들었다.

​

"그럼, 이 커피를 받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이 커피를 서연씨한테 내준 것도 나의 시간과 정성을 내드린거죠. 그리고, 그게 이 드리퍼의 브랜드죠."

브랜드 = 감정적 연결

기능: "이 커피는 맛있다" 브랜드: "이 커피를 마시는 나는 ____하다"


"그럼 제 그릇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담다 그릇 쓰는 나는 ____하다'. 여기 뭐가 들어가요?"

"그걸 찾아야죠."

​

K가 다시 앉으며 노트를 가리켰다.

​

"여기 답이 있어요. 인터뷰 내용에."

​

서연이 노트를 다시 펼쳤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손가락으로 한 문장을 짚었다.

​

"'아이한테 좋은 걸 주고 싶은 엄마'요?"

"더 구체적으로.

" "바쁘지만 식탁만큼은 예쁘게 차리고 싶은 엄마?"

"더요."

​

서연이 노트를 탁 덮었다.

​

"아 모르겠는데요."

​

서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

"잘 보세요."

​

K가 노트를 다시 펼치며 한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

"'저도 좋아하는 일 포기 못해서 버티고 있거든요.' 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그냥... 공감해서요?"

"왜 공감했어요?"

"비슷해서요? 저처럼 뭔가 포기 못하고 있으니까?"

"맞아요!"

​

K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

"워킹맘이 뭐예요?"

​

서연이 잠깐 멈칫했다.

​

"일.. 하는 엄마요?"

"더 정확하게는?"

"일과 육아를 둘 다 하는 사람..."

"왜 둘 다 해요?"

​

서연이 K를 쳐다봤다.

​

"...둘 중 하나를 포기 못해서."

"서연 씨는요?"

​

서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

"서연 씨는 예술과 생계를 '둘 다' 하려는 사람이에요. 둘 중 하나를 포기 못해서.. 같은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

K가 메모지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

"이렇게 써볼까요?.. 담다의 고객은.."

담다의 고객

​

표면: 4-7세 자녀를 둔 워킹맘

본질: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

"표면적으로는 '워킹맘'이에요. 근데 본질적으로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둘 다 맞는 거네요?"

"네. 둘 다 맞아요. 근데 '본질'을 알면 브랜드가 더 강해져요."

​

K가 설명했다.

​

"'워킹맘을 위한 그릇'은 기능적 메시지예요. 타겟이 좁아요."

"네."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그릇'은 감정적 메시지예요. 타겟이 넓어져요. 워킹맘이 아니어도 공감할 수 있어요."

"아... 그래서 아이 없는 사람도 샀던 거구나."

"맞아요. '예쁜 그릇 좋아하는데 수제 도자기는 처음'이라고 한 분. 그 분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일 수 있어요.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

서연이 노트를 덮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아... 머리 아파요. 그러면 브랜드가 뭐예요? 로고예요?"

"흠.. 아니요."

"그럼 이름이요?"

"그것도.. 아닌거 같은데요."

"그러면 뭐예요!"

​

K가 웃었다.

​

"아, 오해 말아요. 정말 공감되서 웃은거니까요. 나도 엄청 헷갈려요. 그런데 나름 지금까지 생각해 본것은 이런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

K가 메모지에 '약속' 이라고 적었다.

​

"브랜드는 '약속'이에요."

"약속이요?"

"네. 고객에게 하는 약속. '나는 당신에게 이런 가치를 줄게요'라는 약속."

​

​

브랜드 = 고객에게 하는 약속

​

나무 드리퍼: "당신을 위한 시간을 선물할게요"

스타벅스: "세련되고 여유로운 경험을 줄게요"

애플: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기술을 줄게요"

나이키: "당신이 운동선수처럼 느끼게 해줄게요"

​

서연이 잠시 그 글자를 쳐다보았다.

​

"약속... 그럼 제가 고객한테 약속하는 게 뭐예요?"

"뭐라고 생각해요?"

​

서연이 펜을 집어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

"'예쁘고 실용적인 그릇을 줄게요'?"

"그건 기능이에요. 약속이 아니고."

​

"'당신의 마음을 담아줄게요'?"

"가까워요. 더 구체적으로."

​

서연이 눈을 감았다. 인터뷰 내용들이 떠올랐다.

스토리 보고 눈물 났다는 사람. 작가님 진심이 느껴졌다는 사람. 아이한테 진짜 그릇 주고 싶다는 사람.

왜 내가 이 그릇을 만들었지?

눈을 떴다.

​

"'포기하지 않는 당신의 일상에, 작은 여유를 줄게요.'"

​

K가 미소 지었다.

​

"그거 좋은데요."

브랜드 약속

"포기하지 않는 당신의 일상에, 작은 여유를 줄게요"

​

"이 약속이 지켜지면 '신뢰'가 쌓여요. 신뢰가 쌓이면 '팬'이 돼요."

"팬이요?"

"네. 그냥 고객이 아니라, '팬'. 다음에 또 사고, 주변에 추천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약속을 만들었으면, 이제 지켜야죠."

​

K가 말했다.

​

"당연하죠. 그릇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것만으로는 안 돼요."

​

서연이 펜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다시 머리를 감쌌다.

​

"약속은 제품만으로 지키는 게 아니에요. 모든 접점에서 지켜야 해요."

"접점이요?"

​

K가 다시 메모지에 적고 설명을 시작했다.

​

고객 접점 (Touchpoint)

​

인스타그램 피드

펀딩 페이지

제품 포장

제품 자체

배송 경험

사용 경험

AS / 고객 응대

재구매 / 추천

"자, 이게 고객이 서연씨의 제품을 발견하고 만나고 재구매하는 모든 경로예요. 접점이요. 이 모든 순간에서 '포기하지 않는 당신의 일상에, 작은 여유를'이 느껴져야 해요."

​

서연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다 신경 써야 한다는 거예요? 그릇 하나 만드는데?"

"아니면요?"

​

K가 반문했다.

​

"서연 씨 인스타 피드 보여줘요."

​

서연이 스마트폰을 꺼내 @damda_official을 열어 건넸다. K가 스크롤하며 봤다.

​

"지금 느낌이 어때요? '여유'가 느껴져요?"

​

서연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

"...좀 급하게 올린 느낌이긴 해요."

"어떻게요?"

"약속이 '여유'인데, 피드에서 여유가 안 느껴지면 안 맞는 거예요."

​

서연이 스마트폰을 도로 받아들고 피드를 다시 봤다. 색감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사진은 노란빛, 어떤 건 파란빛, 어떤 건 하얀 배경.

​

"포장은요?"

​

K가 물었다.

​

"크라프트 박스에 뽁뽁이로 싸고, 손편지 넣었어요."

"편지 내용은요?"

"그냥... '감사합니다, 잘 써주세요' 이런 거요."

​

K가 종이를 꺼내 두 가지 버전을 적었다.

​

버전 A (기존)

안녕하세요, 담다입니다.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품 잘 써주세요!

버전 B (브랜드 반영)

바쁜 하루 끝에 이 상자를 여셨을까요?

잠깐, 숨 한번 쉬어보세요.

이 작은 그릇이 당신의 내일 아침을 조금 더 여유롭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담다 드림.

​

서연이 두 버전을 번갈아 보다가 종이를 탁 쳤다.

"완전 다르네요. B는... 읽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운 느낌이에요."

"그게 브랜드 일관성이에요. 모든 접점에서 같은 느낌을 주는 거."

​

K가 말을 이었다.

​

"포장도 마찬가지예요. 크라프트 박스, 뽁뽁이. 나쁘지 않아요. 근데 '특별함'을 만들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요."

​

서연이 난감한 표정으로 팔을 쓰다듬었다.

​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포장 업체 바꾸라는 거예요? 아니면 더 비싼거..?"

"아니요. 작은 것들이에요."

​

K가 의자를 돌려 앉으며 말을 이었다.

​

"서연 씨, 제가 연극할 때요. 극을 한 편 올리면 연출이나 대본이나 배우들의 기가막힌 연기만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그것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의상, 무대 소품, 조명, 그리고 관객들이 들어오는 동선, 분위기 모든 것을 맞췄어요."

​

서연이 K를 봤다.

​

"아마도 서연 씨가 도자기를 만들 때도 그랬겠죠?"

​

서연이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요. 그릇 만들 때도 형태만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유약 색깔이랑 굽는 온도, 식히는 시간, 다 맞아떨어져야 제가 원하는 느낌이 나와요. 하나만 어긋나도..."

"그러니까요."

​

K가 손뼉을 한 번 쳤다.

​

"브랜드도 똑같아요. 제품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포장, 편지, 사진, 말투, 배송... 작은 것들이 다 모여서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요."

​

서연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

"그럼 구체적으로 뭘 하면 돼요?"


[8장. 브랜드 스토리, 당신은 누구입니까(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