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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9장. 1,000명의 진짜 팬

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
작성자
주식회사 쉼
작성일
2026-02-06 20:24
조회
79

9장. 1,000명의 진짜 팬


일주일 후, 여기, 그곳 사무실.

서연은 노트북을 들고 들어섰다.

"왔어요?"

K가 드립 포트 앞에 서서 물의 온도를 재고 있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네. 숙제 해왔어요."

"하하..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숙제부터 얘기하는거 보니, 자신있나보네요."

"정말 힘들었어요.."

서연이 우는 시늉을 하면서 노트북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앉았다.

"피드 리뉴얼했어요. 보실래요?"

서연의 노트북 화면에 인스타그램 피드가 떴다. K가 커피 잔을 들고 다가와 화면을 들여다봤다.

@damda_official.

일주일 전과 완전히 달랐다. 색감이 웜톤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베이지, 브라운, 부드러운 크림색. 사진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나무 테이블, 린넨 배경, 드라이플라워.

"오."

K가 잠시 스크롤하며 감탄했다.

"완전 달라졌네요. 전에는 '그릇 파는 계정'이었는데, 지금은 '브랜드'가 느껴져요."

서연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진짜요? 3일 밤을 새웠는데."

"브랜드 가이드도 만들었어요?"

"네. 여기요."


담다 브랜드 가이드 v1.0

브랜드 약속 "포기하지 않는 당신의 일상에, 작은 여유를"

브랜드 정체성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만드는 브랜드

컬러 팔레트

주 색상: 웜 베이지 (#F5E6D3)

보조 색상: 소프트 브라운 (#A67C52)

포인트: 머스타드 (#E3A857)

사진 스타일

자연광 (오전~오후 초반)

나무 테이블 / 린넨 배경

소품: 드라이플라워, 책, 커피잔, 아이 손

분위기: 따뜻함, 여유, 일상의 소소한 행복

글 톤앤매너

존댓말, 부드럽고 따뜻하게

짧은 문장, 넉넉한 행간

이모지 최소한 (💕🍚☕ 정도)

"~요" 체 사용

금지 사항

형광색, 차가운 톤 금지

"대박", "미쳤다", "완전 강추" 같은 과한 표현 금지

제품만 있는 흰 배경 사진 금지

해시태그 10개 초과 금지

K가 꼼꼼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만들었어요. 특히 '금지 사항'이 좋네요."

서연이 노트북을 돌려 자기 쪽으로 당겼다.

"금지 사항이요? 그냥... 하면 안 되는 것들 적은 건데요."

"그게 중요해요. '하지 말 것'을 정하는 게 '할 것'을 정하는 것만큼 중요하거든요. 브랜드가 흐려지는 걸 막아주니까."

"포장도 바꿨어요?"

"아직은 아니에요. 스탬프 주문해놨는데 다음 주에 온대요."

"좋아요. 하나씩 하면 돼요."

K가 커피 잔을 내려놓고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오늘 저 진짜 궁금한거 있어요."

"?"

"왜요. 저번에 얘기한거요! 1,000명의 진짜 팬 이론이요!"

"자아..."

"예!"

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자, 커피를... 한잔 마시고 이야기를 할까요?"

"아.. 뭐예요!"


"자, 그럼 오늘 본론을 이야기 해볼까요? 이거 아주 중요한 개념이에요. 특히 문화예술가한테. 케빈 켈리라는 사람이 있어요. 《와이어드》 잡지 창립 편집장이었던 사람."

"와이어드요?"

"테크 잡지요. 아무튼, 이 사람이 2008년에 글을 하나 썼어요. 제목이 '1,000 True Fans'."

K가 테이블을 톡 두드렸다.

"이 글의 핵심은 한 문장이에요."

"1,000명의 진짜 팬이 있다면, 당신은 창작자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1,000명이요? 그게... 많은 건가요, 적은 건가요?"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요... 제 인스타와 비교하면 굉장히 많은 것 같기도 한데, 요즘 인스타의 팔로워 10만, 100만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되게 적은 것 같기도 하고."

"그게 포인트예요."

K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은 뭐예요?"

"유명해지는 거요? TV 나오고, 많이 팔고..."

"맞아요. '대중적 성공'. 팔로워 100만, 판매량 10만 개. 이런 거죠."

K가 자신의 노트에 피라미드를 그려서 서연에게 보여주었다.

팬의 피라미드

맨 위: 진짜 팬 (True Fans) - 적지만 열정적

중간: 일반 팬 - 가끔 관심

맨 아래: 일반 대중 - 몰라도 상관없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여기를 노려요."

K가 피라미드 맨 아래를 톡톡 두드렸다.

"대중. 많은 사람한테 알려지려고 하죠."

"당연한 거 아니에요? 많이 알려져야 많이 팔리고..."

서연이 말을 멈추고 K를 봤다.

"그게 아니라는 거예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비효율적이에요."

K가 숫자를 적었다.

"100만 명한테 알려져도, 그중 진짜 사는 사람은 0.1%도 안 돼요. 1,000명. 근데 그 1,000명한테 도달하려고 99만 명한테 마케팅 비용을 쓴 거예요."

서연이 팔짱을 끼고 노트를 봤다.

"그럼 처음부터 1,000명만 노리라는 거예요? 그게 가능해요?"

"가능해요. 그리고 훨씬 현실적이에요."

"'진짜 팬'이 정확히 뭔데요?"

서연이 물었다.

"케빈 켈리의 정의는 이래요."

True Fan (진짜 팬) 정의

"당신이 만드는 것이라면 뭐든 사는 사람.

당신의 콘서트를 보러 200km를 운전해서 오는 사람.

당신의 신작이 나오면 하드커버 양장본을 사는 사람.

당신이 만든 피규어, 티셔츠, 한정판을 모두 사는 사람."

"와... 엄청 열성적인 팬이네요. 이런 사람이 진짜 있어요?"

"있죠. 아이돌 팬덤 생각해 봐요. 앨범 나오면 10장씩 사는 사람들."

"그건 아이돌이니까요. 저는 그릇 만드는 사람인데..."

서연이 회의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도자기 작가한테도 이런 팬이 생길 수 있어요?"

"생길 수 있어요. 방식만 다를 뿐이죠."

K가 비교를 보여줬다.

일반 고객 vs 진짜 팬

구분

일반 고객

진짜 팬

구매

한 번 사고 끝

나올 때마다 산다

관심

제품에만 관심

창작자에게 관심

추천

물어보면 말해줌

안 물어봐도 홍보

가격

민감함

덜 민감함

소통

일방적

양방향

"진짜 팬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에요. '창작자'를 응원하는 거예요."

서연이 표를 보며 생각했다. 펀딩 때 '작가님 스토리 보고 응원하고 싶어서'라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런 분이 한 명 있었어요. 펀딩 때. 구매 이유 물어봤더니 '응원하고 싶어서'라고..."

"그 사람이 '진짜 팬'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에요."

"근데 왜 1,000명이에요? 500명도 아니고, 5,000명도 아니고."

서연이 물었다.

K가 핸드폰의 계산기를 열었다.

"계산해 볼게요."

1,000명의 수학

진짜 팬 1명이 1년에 쓰는 돈: 약 10만 원 (작품 1개, 굿즈 몇 개, 후원 등)

1,000명 × 10만 원 = 1억 원/년

월로 나누면: 약 830만 원/월

서연이 숫자를 보고 눈이 커졌다.

"1억이요?"

"네. 물론 이상적인 계산이에요. 실제로는 더 적을 수 있죠. 근데 핵심은..."

K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100만 명한테 1,000원씩 받는 것보다, 1,000명한테 10만 원씩 받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거예요."

"왜요? 100만 명이 더 많잖아요."

"100만 명한테 닿으려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들어요. TV 광고, 유튜브 광고, 인플루언서... 근데 1,000명은요?"

"...직접 소통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서연이 자기 노트를 펼치며 중얼거렸다.

"저는 지금 팔로워가 300명 정도예요. 그중 진짜 팬은..."

"펀딩 후원자 24명이 '가능성 있는 진짜 팬'이에요. 아직 진짜 팬은 아니고."

서연이 펜을 테이블에 툭 내려놓았다.

"24명에서 1,000명이요? 40배를 늘려야 하는데, 이게 가능해요?"

"하나씩 늘려가는 거예요. 지금 당장 1,000명 필요한 거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늘려요? 진짜 팬은 어떻게 만들어요?"

"좋은 질문이에요."

K가 일어나서 화이트보드를 꺼냈다.

"자, 이거 봐요."


진짜 팬을 만드는 3가지

꾸준한 창작 (작품이 계속 나와야)

진정성 있는 소통 (관계를 맺어야)

특별한 경험 (팬만의 혜택이 있어야)

"하나씩 볼게요. 첫 번째, 꾸준한 창작."

1. 꾸준한 창작

팬은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다음 작품이 없으면, 팬이 될 이유가 없다.

"진짜 팬은 '이 사람 다음엔 뭘 만들까?' 기대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다음 작품이 1년 후에 나오면? 기다리다 잊어버려요."

"얼마나 자주 내야 해요?"

"장르마다 달라요. 음악이면 싱글 몇 달에 한 번, 앨범 1년에 한 번 정도. 책이면 1년에 한 권. 도자기면..."

K가 서연을 봤다.

"서연 씨 생각엔 어때요?"

서연은 생각했다.

"새 시리즈를... 6개월에 한 번?"

"제품 시리즈는 그 정도면 괜찮아요. 근데 '콘텐츠'는 더 자주 나와야 해요."

"콘텐츠요?"

"인스타 게시물, 작업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 이런 거요. 제품 출시 주기는 길어도, 콘텐츠는 일주일에 2-3번은 올려야 해요."

"왜요?"

"팬들이 '잊지 않게' 하려고요. 계속 존재감을 보여줘야 해요."

K가 다음 항목을 가리켰다.

"두 번째, 진정성 있는 소통."

2. 진정성 있는 소통

팬은 '나를 알아주는' 창작자를 좋아한다. 일방적 방송이 아니라, 양방향 대화.

"인스타 댓글에 답글 달아요?"

"네, 다 달아요."

"DM은요?"

"구매 문의 오면 답변하고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K가 말했다.

"'문의 응대'는 소통이 아니에요. '대화'가 소통이에요."

"뭐가 다른데요?"

"문의 응대는 '질문-대답'으로 끝나요. 대화는 '관계'가 생겨요."

K가 예시를 들었다.

문의 응대 (일방적)

팬: "혹시 파란색도 있나요?" 작가: "안녕하세요, 현재 파란색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대화 (양방향)

팬: "혹시 파란색도 있나요?"

작가: "안녕하세요! 지금은 크림, 스카이, 피치 세 가지예요. 혹시 파란색 찾으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

팬: "아이가 파란색을 좋아해서요 ㅎㅎ"

작가: "아, 그렇군요! 몇 살이에요? 저희 조카도 파란색 좋아하거든요 ㅎㅎ 다음 시리즈에 파란색 고려해볼게요!"

팬: "5살이요! 진짜요? 기대할게요 💕" (관계 형성)

서연이 두 예시를 번갈아 보았다.

"위에는... 그냥 업무 처리고, 아래는 사람 대 사람으로 얘기하는 거네요."

"맞아요. 아래처럼 하면 이 팬은 '작가가 나를 기억해줬다'고 느껴요. 다음에 또 사고, 주변에 추천해요."

서연이 노트에 메모하며 중얼거렸다.

"근데 이거 시간 엄청 걸리겠는데요. DM 하나하나 이렇게 답하면..."

"시간 들어요. 근데 그게 '진짜 팬'을 만드는 방법이에요."

"세 번째, 특별한 경험."

K가 마지막 항목을 가리켰다.

3. 특별한 경험

팬은 '팬만 받을 수 있는 것'을 원한다. 일반인과 다른 특별함.

"팬만 받을 수 있는 것이요?"

서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를 들어..."

K가 리스트를 적었다.

팬 특별 경험 예시

신제품 먼저 보기 (프리뷰)

한정판 먼저 사기 (얼리버드)

작업실 투어

제작 과정 비하인드

팬 전용 할인

손편지, 사인

이름 새겨주기

온라인 밋업 / Q&A

"일반 고객은 못 받는데, 팬은 받는 것들이에요."

"이게... 꼭 필요해요?"

"제품만으로는 팬이 안 돼요."

K가 의자를 돌려 앉으며 말했다.

"사람은 '소속감'을 원해요. '나는 이 브랜드의 팬이야'라는 정체성. 그 정체성을 강화시켜 주는 게 '특별한 경험'이에요."

"흠..."

"아이돌 팬클럽 생각해 봐요. 왜 가입해요?"

"음... 팬미팅 가려고? 굿즈 먼저 사려고?"

"맞아요. '팬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 팬클럽에 가입하는 거예요."

"근데요."

서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이렇게 계속 친밀하게 소통하는 방식이 좀 부담스러워요... 이렇게 다 해야 된다는 거죠..? 나는 잘 못하겠네요.."

서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니요."

K가 단호하게 말했다.

"서연 씨한테 안 맞는 것은 안 하고, 서연씨 맞는 방식으로 하면 돼요."

"네? 정말요?"

"그럼요. 1,000 True Fans 얘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중이 아닌 팬을 만드는 방식을 얘기해준 거예요. 보통은 대중을 생각하느라고 팬을 까먹거든요. 1,000명만 있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면 다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그럼.."

"서연씨가 할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을 찾아봐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자기한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돼요."

"예를 들면요?"

음... K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고 화이트보드에 적기 시작했다.


진짜 팬을 만드는 다양한 방식

친밀 소통형 - 1:1 DM, 댓글 대화

커뮤니티 구축형 - 모임, 워크샵 주최

협업형 - 다른 작가와 함께 작업

프로세스 공유형 - 작업 과정만 보여주기

교육/가치 제공형 - 원데이 클래스

큐레이션형 - 취향 공유

"예를 들면.. 뭐 이런 것이 있지 않을까요?"

서연이 화이트보드를 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게 다 다른 거예요?"

"하나씩 볼게요."

K가 첫 번째를 가리켰다.

"친밀 소통형. 이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팬 만들기'예요. DM 답장 열심히 하고, 댓글마다 대화하고. 아만다 팔머라는 뮤지션이 이 방식이에요."

"아만다 팔머요?"

"네. 10년 동안 팬들이랑 직접 대화하고, 콘서트 끝나면 팬들이랑 밥 먹고, 팬 집에서 자기도 하고. 근데..."

K가 서연을 봤다.

"이 방식이 서연 씨한테 안 맞으면 안 하면 돼요. 억지로 하면 더 이상해요."

서연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는 뭘 해야 해요?"

"2번, 커뮤니티 구축형."

K가 설명했다.

"스웨덴에 John이라는 앰비언트 음악가가 있어요. 이 사람은 SNS 거의 안 해요. DM 답장도 잘 안 하고. 근데 뭘 하냐면, 한 달에 한 번 '리스닝 파티'를 열어요."

"리스닝 파티요?"

"네. 사람들 모아놓고 조용히 음악만 듣는 거예요. 대화도 별로 없어요. 그냥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팬이 생겨요."

서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도자기 같으면 같이 모여서 간단한 것을 만들어 보는 '워크샵'을 해볼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K가 손뼉을 쳤다.

"맞아요. 워크샵 하면서 일대일로 깊은 대화 안 해도 돼요. 그냥 흙 만지는 법 가르쳐주고, 같이 만들고. 그 경험 자체가 연결을 만들어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팬이 되는 거죠."

서연이 노트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공간이 없는데..."

"작업실에서 2-3명만 해도 돼요. 처음엔 작게 시작하는 거예요."

"3번은요?"

"협업형. 서연 씨랑 비슷한 작가 찾아서 '투 아티스트 전시회' 같은 거 하는 거예요."

K가 예를 들었다.

"미국에 Living With Giants라는 포스트록 밴드가 있어요. 이 사람들은 영국 밴드랑 '스플릿 EP'를 냈어요. 각자 팬 50명씩 있었는데, 같이 작업하니까 100명이 서로의 음악을 듣게 된 거죠."

"아... 그러면 저도 다른 도예가랑 같이 전시하면..."

"맞아요. 각자 팔로워 300명씩 있으면, 600명이 보게 되는 거예요."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메모했다.

"4번, 프로세스 공유형은요?"

"이건 서연 씨한테 제일 잘 맞을 것 같아요."

K가 말했다.

"작업 과정만 보여주는 거예요. 흙 반죽하는 손, 물레 돌리는 영상, 가마 열리는 순간. 개인적인 얘기는 전혀 안 하고, 작업 자체만 보여줘도 팬들은 '작가를 안다'고 느껴요."

"그것도 돼요?"

"Austin Kleon이라는 작가가 있어요.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사람인데, SNS에 댓글 거의 안 달아요. DM도 안 열고. 근데 매일 자기 작업 과정만 올려요. 사람들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끼죠."

서연이 스마트폰을 꺼내며 말했다.

"저도 가끔 작업 과정 사진 찍긴 하는데... 그냥 올리기만 하면 돼요?"

"네. 정기적으로만 올리면 돼요. 일주일에 2-3번. 팬들은 '이 작가가 계속 작업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고, 그게 신뢰가 돼요."

"5번은요?"

"교육/가치 제공형. 이건 2번이랑 비슷한데, 좀 더 체계적이에요."

K가 설명했다.

"유튜브에 '도자기 초보자를 위한 팁' 같은 영상 올리는 거요. 또는 블로그에 '흙 고르는 법' 같은 글 쓰는 거요."

"그럼 제 기술을 다 알려주는 건데... 경쟁자가 생기는 거 아니에요?"

서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는 반대예요."

K가 반박했다.

"서연 씨한테 배운 사람들은 '서연 씨 덕분에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제일 열성적인 팬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

"마지막, 6번. 큐레이션형."

"큐레이션이요?"

"서연 씨가 좋아하는 것들 소개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도예가, 좋아하는 그릇, 좋아하는 책. 이런 거 공유하면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요. 저 사람은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이니 추천하는 것이나 파는 것들을 신뢰하게 되는 거예요"

서연이 화이트보드를 다시 봤다. 여섯 가지 방식.

"이 중에서... 저는 2번, 4번, 5번이 맞을 것 같아요."

"왜요?"

"작은 워크샵은 할 수 있을 것 같고, 작업 과정 공유는 제가 원래 사진 찍는 거 좋아하거든요. 유튜브 영상은... 시도해봐도 될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럼 그 세 가지로 시작해요."

K가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친밀한 척하지 않아도 되요. 서연씨 답게, 자기한테 맞는 방식을 찾으면 돼요."

서연이 펜을 돌리며 물었다.

"근데 이렇게 해도 진짜 팬이 생겨요? DM 답장 안 해도?"

"생겨요.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K가 설명했다.

"자기답게 거리를 두되 작품과 과정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팬들은 '가짜 친밀함'보다 '진짜 작업'을 더 좋아하거든요."

"그러면요... 지금 제가 해야 할 건, 제 방식으로 어떻게 소통하는지 생각하는 거네요?"

"맞아요."

K가 씩 웃으며 말했다. 서연은 부담스러웠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진짜를 고민해봐야지-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어요."

K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뭔데요?"

"팬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해요. "팬은 '잊혀졌다'고 느끼면 떠나요."

서연이 팔짱을 풀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잊혀졌다는 게.. 어떤 식으로?"

"작업 과정 올리다가 갑자기 한 달 동안 아무 소식 없으면? 팬들은 '이 작가 그만뒀나?' 생각해요."

"아..."

"그래서 '정기성'이 중요해요. 매주 같은 요일에 작업 과정 올리기.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워크샵 하기. 이런 식으로 패턴을 만들면 팬들이 기다리게 돼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될 것 같으면 얘기 정도는 해주는 거예요. 언제 다시 돌아올지, 이런 거요."

서연이 노트에 메모하며 중얼거렸다. '정기성, 얘기 해주기'

"서연 씨 목표는요."

K가 서연을 봤다.

"지금 당장 1,000명이 아니에요. 일단 '진짜 팬 100명'을 목표로 해요."

"100명이요?"

"네. 100명이면 월 80-100만 원 정도 수익이 가능해요. 생계까지는 아니어도, '포기하지 않을 이유'는 돼요."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적었다.

"자, 그럼 이제.... 숙제예요!"

K가 다이어리에서 메모지를 꺼내서 건넸고, 서연이 입을 삐죽이며 받았다.


숙제. 나만의 팬 만들기 전략

  1. 내게 맞는 소통 방식 선택 (2-3가지)

  • 6가지 중 편한 것 고르기

  • 왜 이 방식이 나한테 맞는지 적기

  1. 실행 계획 구체화

  • 작업 과정 공유: 어떤 내용? 언제?

  • 워크샵: 언제? 어디서? 몇 명?

  • 교육 콘텐츠: 주제는? 형식은?

  1. 팬 관리 시트 만들기

  • 펀딩 후원자 24명 정보 정리

  • 특이사항 메모

  1. 정기성 만들기

  • 작업 과정: 매주 ○요일, ○요일

  • 워크샵: 매달 ○째 주

  • 영상: 월 ○회

  1. 첫 실행

  • 작업 과정 3개 올리기

  • 또는 워크샵 1회 기획하기

서연이 숙제를 받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근데 제가 진짜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요?"

"제가 이렇게 해서 진짜 팬이 생길까요? 저는... 사람들이랑 그렇게 친하게 못 지내는데."

K가 웃으며 대답했다.

"친하게 지낼 필요 없어요. 진정성 있게 작업하면 돼요. 팬들은 '친한 작가'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진짜 작업하는 작가'를 원하는 거예요."


서연은 작업실에 도착하여 스마트폰을 열었다.

작업실 사진들 중에서 흙 반죽하는 손. 물레 돌리는 영상. 가마에서 꺼낸 그릇들.을 골랐다.

인스타그램 - 새 게시물 작성. 캡션을 적었다.

"오늘도 5개 중 3개 실패. 근데 괜찮아요. 실패한 그릇들이 다음 그릇을 더 좋게 만들어주니까."

올리기 전에 잠깐 멈췄다.

'이렇게 실패한 것까지 보여줘도 될까?'

K 말이 떠올랐다.

"팬들은 '완벽한 작가'가 아니라 '진짜 작업하는 작가'를 원해요."

서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게시 버튼을 눌렀다.

5분 후.

댓글이 달렸다.

"@yujin_mom: 오.. 이런 과정을 거치시는군요."

한 명씩. 내 방식으로. 진정성 있게.

서연이 중얼 거렸다.


[10장. 커뮤니티, 팬이 팬을 만든다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