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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13장. 경험을 팔다(1)

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
작성자
주식회사 쉼
작성일
2026-02-25 20:06
조회
32

13장. 경험을 팔다(1)

 


 

여기, 그곳을 나서면서 서연이 카카오톡을 열었다.

-지금 출발해-

-응-

지하철 역을 나와 골목으로 들어갔다.

크지 않은 건물들과 한옥 담장이 이어지는 골목이었다. 카페도 있었고, 베이커리 가게 그리고 공방들도 골목 사이사이에 있었다.

서연은 천천히 걸으며 그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 커피를 들고 걷는 커플, 가게 안을 들여다보다 멈추는 사람들.

민지 가게는 골목 안쪽에 있었다. 간판도 작고 문도 작아서 처음 오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었다. 문을 열면 차 향이 먼저 났다.

민지는 고등학교 친구였다. 졸업하고 한동안 연락이 뜸했다가, 연락을 다시 한 지 몇 년 되었다. 민지는 2년 전 차 도구랑 리넨 소품을 파는 작은 숍을 열었고, 서연도 가끔 민지의 가기에 들렀다.

"어, 왔어?"

민지가 카운터 안쪽에서 뭔가를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리넨 소재의 앞치마, 손잡이가 긴 나무 수저, 작은 도자기 소품들. 진열대가 빽빽하지 않고 여백이 있었다.

"전에 말했던 거, 이틀 정도만 가게 앞에서, 될까?"

"응. 그런데 여기 괜찮겠어?"

"너가 좋다고 해주면 고맙지, 나도 테스트 하기에 너무 좋고."

"테스트?"

서연이 씩 웃었다.

"응."


서연은 민지의 가게 앞에서 작은 워크숍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평일, 토요일 이렇게 해서 세 번 정도.

서연은 작게 경험을 팔 수 있는지 테스트 해보고자 생각했다. 전부터 생각했던 공예 워크숍이 가능할지. 나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그 주 내내 서연은 작업실에서 준비를 했다.

가볍게 살 수 있는 가격 책정이 가능한 찻잔들을 만들었다.

당일 날 아침, 서연은 찻잔 다섯 세트를 박스에 먼저 조심히 담고 미니 전동 물레도 꺼냈다. 작업실 물레에 비하면 작은 크기였지만,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왔어?"

민지가 서연을 보며 인사했다.

"나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왔겠네."

"괜찮아. 나도 은근히 기대되더라. 재미있을 것 같아."

민지가 웃으며 말했지만 서연은 속으로 은근히 긴장되었다. 서연은 나도 언젠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 했지 실제로 진행해 본 적은 없었다.

서연이 작업실에서 몇 번 연습을 했을 때는 괜히 말이 엉키기도 했다.

"흙을 모으는 게, 아.. 가운데로요..."

"흙이 삐뚤어지면 손에서 먼저 느껴져요. 그때 살짝만..."

몇 번을 해봤지만 여전히 서연은 불안했다.

- 잘하지 못하더라도 어쩌겠어. 처음인데.-

그 생각을 하다가 서연은 '흠..' 하며 그새 조금 달라졌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민지가 자신의 상점 앞에 작은 의자와 테이블을 놔두었고, 서연은 그 옆으로 작은 나무 칠판을 꺼내서 세웠다.

작은 거리 공방 워크숍

(미니 전동 물레로 그릇 만들기)

금요일 14:00 / 금요일 19:00 / 토요일 14:00

글씨가 삐뚤었다. 고칠까 하다가 그냥 뒀다.


평일 낮.

몇몇의 사람들이 민지의 가게 앞을 지나면서 칠판을 보았다.

오후 2시, 서연이 첫 번째로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서연이 물레 소리를 배경으로 어제 연습했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예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서연입니다."

커피숍을 나와서 지나가던 몇 명이 걸음을 멈추었다. 서연은 앞에 있는 서너명 남짓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레를 돌리며 설명을 했다. 처음이라 손이 떨렸다.

두어 명이 거리를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서연이 물레를 돌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흙을 먼저 가운데로 모아야 해요."

서연이 양손으로 흙을 감쌌다.

"손에 물을 묻혀야 흙이 안 걸려요. 마른 손으로 하면 흙이 찢겨요."

물을 찍어서 흙 위에 발랐다. 물레 소리가 낮게 깔렸다.

"올릴 때는 안쪽 손이 기준이에요. 바깥손이 따라가는 거예요. 힘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손의 위치로 올리는 거예요."

흙이 천천히 올라갔다.

지켜보던 사람 한 명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게 그릇이 되는 거예요?"

"네. 이걸 구우면 저 찻잔들이 돼요."

서연이 흙이 묻은 손으로 민지의 가게 안쪽에 있는 찻잔을 가리켰다.

'작가의 찻잔 - 너와 나, 두 개에 15,000원(이름 써서 선물하세요.)'

"이름을 새겨준다고요?"

"직접 쓰시는 거예요. 제가 옆에서 알려드릴게요."

한 분이 다른 분을 봤다.

"우리 한번 해볼까?"


서연은 일부러 평일 낮, 저녁, 주말 이렇게 세 번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대에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달라질 것이다.

서연은 그 중에서 고객이 누구고,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평일 낮에는 주부와 대학생들이 있었다. 친구랑 같이, 조금은 여유롭고 들뜬 분위기였다. 찻잔을 들여다보며 남자 친구와 엄마, 딸 얘기를 했다.

평일 저녁에는 퇴근한 사람들이 있었고, 저녁 데이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걸음이 빠른 사람이 서연 앞에 멈추어 섰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관심있는 사람이겠다 싶어 서연은 인스타그램이 적혀있는 명함을 건넸다.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손을 잡고 서로의 이름을 쓰고, 그 밑에 하고 싶은 말도 적었다.

주말에는 가장 사람이 많았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린 아이가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흙을 만져보고 싶어했고 서연은 결국 흙 한 조각을 떼서 아이한테 해보게 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직접 이름을 쓰게 하고 찻잔을 사갔다.

어떤 친구들은 와서 강아지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같이 쓰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찻잔을 하나만 살 수 없는지 물었고 서연이 조금 곤란한 듯 웃자 조금 생각하다가 두 개 모두 자신의 이름을 적는 대신 (힘내자)(쉬자) 라고 적었다. 서연이 쳐다보자 일할 때, 집에 있을 때 이렇게 두 개요. 대답하며 씩 웃었다.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선물하겠다고 했던 단발머리의 대학생 친구를 마지막으로 서연의 '작은 거리 공방'이 끝났다.

서연이 옆을 쳐다보았다. 일부러 많이 가져왔던 명함이 몇 장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본 순간 서연은 뭔가 뿌듯함이 들었다.

사람들은 서연이 물레 돌리는 모습을 찍기도 했고, 서연은 그럴 때마다 혹시 SNS에 올리실거면 제 인스타도 태그 달아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연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내심 놀랐다.

서연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민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민지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가게 앞에 자리만 몇 시간 내준 건데 뭐, 그래도 너 덕분에 우리 상점에 있는 것도 몇 개 팔렸어. 고마워."

민지가 웃으며 말했다. 실제 찻잔과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린넨으로 만든 받침대 같은 것도 같이 팔렸다.

"다음에 또 해. 나도 재미있고, 서로한테 도움이 될 수 있고, 참.. 너가 만든 찻잔 우리 가게 팔아도 돼?"

서연이 민지의 숍과 맞는지 머뭇거리며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얘기를 민지가 먼저 했다.

"그런데, 나도 장사를 잘하지 못해서 잘 팔 수 있는지 모르겠다."

민지가 조금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아, 그래도 나야 소개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지! 고마워!"

서연이 민지의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려 다급하게 말을 이으며 민지의 손을 잡았다.

-K한테 할 말이 많겠다.-

서연이 속으로 웃었다. 스스로가 대견한 날이었다.

"자리 값으로 내가 밥 살게. 우리 많이 먹자! 여기요!"

서연이 활기찬 목소리로 주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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