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14장. 디지털로 확장하다.
14장. 디지털로 확장하다.

K를 만나고 온 날, 저녁에 서연은 공방의 물레 옆에서 노트북을 켰다.
'누구를 대상으로 먼저 클래스를 해볼까?'
서연이 검색창에 '도자기 원데이클래스'라고 검색하자, 많은 검색 결과들이 나왔다. 검색창에 주르륵 떠있는 관련 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면서 서연은 좀 심란해졌다.
'내가 한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하고 있네..'
'어.. 여기 굉장히 깔끔하게 잘한다.'
'아..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네.'
'여기는 가격이 저렴하게 하네.'
서연은 이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자신에게 들었던 생각이 다시 들었다.
'왜 나는 이제야 시작하는 걸까?'
'이미 있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차라리 쉽지 않나?'
'사업이라는 게 가능한가?'
마음이 심란해져 서연은 물 한 잔을 마시고 나왔다. 밤공기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서연은 공방 앞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 서연 씨, 검색 결과에 나오지 않은 것, 서연 씨가 누구이며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이냐는 거예요.-
K의 말이 생각났다.
'검색 결과에 없는 것',
서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편의점 유리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편의점에 들어가 따뜻한 두유 하나를 사서 먹었다. 따뜻한 두유가 몸을 따뜻하게 덥히자 서연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어쩔 수 없지. 해봐야지. 그러면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지?'
서연은 다시 밤길을 걸어 공방으로 갔다.
서연의 인스타그램에 알림이 떴다. 누군가 좋아요를 누른 것이다. K라는 것을 확인한 서연은 잠시 웃다가 다시 흙을 보러 갔다.
며칠 동안 서연은 세 개 정도의 타깃 고객을 달리한 포스터를 만들어서 K에게 보냈고, K와의 화상 미팅을 통해서 먼저 진행해 볼 원데이 클래스 1개의 포스터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서연의 테마는 '너와 나'였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른 우리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연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팔로워 하던 사람들이 몇 명 신청했고, 타깃 광고를 해서 조금 더 사람을 모았다.
서연의 공방에서 드디어 원데이클래스 2회가 시작되게 됐다.
서연이 여기, 그곳 사무실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서와요."
K가 웃으며 서연을 맞이했다. 서연이 손에 든 빵 봉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빵을 좀 사왔어요. 오늘은 힘이 좀 빠져서 달달한 것을 먹어야 될 것 같아서요." "오, 좋죠!"
K가 반기며 커피와 빵을 담을 접시를 가져왔다.
"잘 쉬었어요?"
서연은 어제 원데이클래스 2회 진행했던 모든 그릇을 굽고 포장하고 발송까지 끝냈다. 그리고 마지막 공방을 정리하고는 집에 가서 뻗어버렸다. K와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서연은 오늘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쉽지 않네요."
서연이 빵을 먹으며 말했다.
"맞아요. 고생했어요. 좋았던 거, 다음에 이렇게 하고 싶다 싶은 거 있었어요?" "음.. 그래도 뭔가 뿌듯했어요. 사람들한테 가져가고 싶은 그릇을 만들면서도 너와 나를 위한 것을 만들고 있다는 걸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생각 많이 했는데," "그런데요?"
"다행히도 사람들이 좋아해줬어요."
"설문 한 거죠?"
"예, 말씀하신 대로 설문 작성해 주시면 민지네 상점의 받침대를 선물로 드리는 것으로 했고요."
"좋네요. 그리고요?"
"음.. 이것저것 느낀 건 있었는데 역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랄까요?"
'음..' 이라고 K가 말하며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요... 생각해봤는데요. 아.. 한번 찍어서 그냥 계속 보여주는 뭔가 없나 싶어요. 온라인 클래스도 있긴 한데.. 그게.."
"그게요?"
"검색해봤거든요. 도자기 온라인 강의. 키트도 이미 있고요. 그리고 또.."
서연이 빵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키트를 보내도 집에서 구울 수가 없잖아요. 저온 소성 점토 쓰면 진짜 도자기가 아니고. 제가 초벌 구이 해서 보내고 수강생이 꾸미고 다시 보내면 재벌 구이 해주는 방식도 생각해봤는데."
"어떤데요?"
"물류가 두 번이에요. 그리고 깨질 수도 있고, 가격도 올라가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아요."
K가 커피를 마시면서 서연을 봤다.
"시장도 작은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클래스를 듣는 사람들한테는 과정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온라인으로 클래스 들으면서 귀찮은 과정을 다 겪으려는 사람들의 시장은 너무 작아요."
서연이 K를 봤다.
"맞아요. 역시 그렇죠? 그러면 오프라인 클래스로만..."
서연이 조금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K가 접시에 남은 빵 부스러기를 보다가 말했다.
"그러면, 굽기 전까지만 가르치면 어때요?"
"굽기 전까지요?"
"음.. 예를 들면, 흙의 질감을 보는 것, 형태를 잡는 기준, 달항아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등 서연 씨의 눈과 언어가 있으면 되는 것들요."
"아.. 그런데 딱 그건 아니긴 하지만, 전에 말씀하셔서 가끔 인스타에 실패 사례나 궁금한 것들 올리고 있기는 해요."
"조금 더 타겟을 생각한 커리큘럼을 구성해 보자는 거죠. 예를 들면.."
K가 말을 잇다가 노트북을 열었다.
"제가 전에 검색하다가 찾았던 건데요. 이 사람 알아요?"
K가 노트북을 돌려 보여줬다. 화면엔 베를린의 도예가. 영상 속에서 손이 클로즈업되어 있었고, 설명하면서 물레를 돌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영상들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베를린에서 공방 운영하면서 강의 올리는 사람인데요. 물레 기초 강의, 마블 도자기 강의 이런 거요. 수강생이 많아요."
K가 말을 이었다.
"이 사람 외에도 몇 명이 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사람들이요. 간단한 강의요. 서연 씨가 이전에 올린 것처럼 흙을 볼 때 어떻게 보는지, 물레 돌리기 처음 시작하는 법, 아니면 흥미를 끌 만한 마블 도자기 만들기 같은 거요. 이런 건 그냥 올리고..."
K가 화면에 몇 개의 영상을 클릭해서 보여주었다.
"음.. 이런 식의 디테일한 도자기 강의는 수강생을 따로 받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미 물레가 있는 사람들 대상이겠죠. 초보 혹은 취미로."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이 많을까요? 그런 사람들은 이미 오프라인 클래스로 가서 듣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 봤는데요. 그게 외국이라서 가능한 걸까요? 그렇다면 외국인 대상으로 운영해도 되잖아요."
"예?"
서연이 K를 쳐다봤다.
"생각 못 해봤어요."
"외국인 대상으로 서연 씨가 온라인 클래스를 진행한다고 하면 줄 수 있는 게 뭐예요?"
"음.. 여기 이 사람을 보니까.. 이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거.. 한국 사람인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긴 해요."
"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K가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당장 모든 것을 올리라는 건 아닌데요. 이제 앞으로는 온라인 클래스로 여는 것도 염두에 두면서 영상을 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태그 달 때도 영어로 같이 한다든지, 자막을 영어로 한다든지 해서요."
"아..."
서연이 조금 멍하게 대답했고, K가 지켜보다가 웃었다.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걱정되는 거죠? 잘될까 싶기도 하고요."
"예..."
"반응 보면서 가요. 일단 서연 씨의 경험을 파는 걸 오프라인으로 했을 때 좋았지만 제약이 있다는 건 확실하잖아요. 온라인으로 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걸 조금씩 열어보자는 거죠. 억지로 말고, 안 되는 것 말고..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서연 씨다운 방향으로, 조금씩."
서연이 '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온라인 강의는 한 번 만들어두면 시간이나 공간 제약 없이 계속 판매되잖아요. 서연 씨가 자는 동안에도요. 수동소득이라고 하죠."
"예.."
서연의 표정을 살펴보다가 K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돼요. 서연씨의 브랜딩이나 마케팅 작업은 온라인에 있어야 하는 게 맞지만, 온라인 클래스는 수익 모델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서연이 K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요. 싫은 건 아닌데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타겟으로 확장돼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국적인 도자기에 대해서 말해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흠.. 뭔가.. 생각이 많아져서요."
"일단은 전략을 세우고 한번 시도해 보는 것, 생각해 봐요."
"예."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러 왔는데, 또 생각할 거리를 이만큼 받아가네요."
서연이 울상을 지었고, K는 그걸 보며 서연에게 빵 한 조각을 밀었다.
"자, 더 먹어요. 화이팅...!"
"정말 이러기예요?"
두 사람이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까짓거, 생각하자. 더 나을 수 있는 방향의 고민이라면, 무엇이든.'
서연이 속으로 생각했다.
[15장. 구독, 설렘을 팔다 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