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3장. 니치 마켓,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3장. 니치 마켓,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대단한데요."
K가 서연의 노트를 넘기며 말했다.
"네 명이나 만났어요?"
"네. 윤정이, 수현이, 혜원 언니, 그리고 인스타 팔로워 분 한 명."
"어땠어요?"
서연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충격받았어요."
"뭐가요?"
"제가 얼마나 고객을 몰랐는지요."
K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내려주었다. 오늘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꽃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구체적으로 뭐가 충격이었어요?"
"전자레인지요."
"전자레인지?"
"네. 네 명 중 세 명이 똑같은 말을 했어요. '전자레인지 되는 게 중요해.' 저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거든요."
서연이 노트를 펼쳤다.
"여기 봐요. 윤정이는 '아이 밥 데울 때 전자레인지 많이 쓴다'고 했고, 수현이는 '전자레인지 안 되면 아예 안 쓰게 된다'고 했어요. 혜원 언니는 '예전에 예쁜 그릇 샀는데 전자레인지 안 돼서 장롱 속에 넣어뒀다'고 했고요."
"그래서요?"
"그래서... 제 작품 돌아봤어요. 전자레인지 되는지 안 되는지 한 번도 체크 안 했더라고요. 그냥 예쁘게 만드는 것만 생각했어요."
K가 웃었다.
"그게 현장 인터뷰의 힘이에요. 책상에서는 절대 못 찾는 것들."
"근데요."
K가 노트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뭔데요?"
"이 네 명의 공통점이 뭐예요?"
서연은 노트를 다시 봤다.
"음... 다 30대고, 아이가 있고, 직장 다니고..."
"더요."
"바쁘고, 지쳐 있고, 예쁜 그릇 쓰고 싶어하고..."
"더요."
서연은 생각했다. 뭘 더 말해야 하지?
"잘 모르겠어요."
"음.. 같이 정리해봐요."
K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서연 씨가 만난 네 명, 전부 이런 사람들이에요."
마커로 적었다.
공통점
30대 중반 워킹맘
아이 나이: 4-7세 (유아기 후반)
상황: 일과 육아 병행, 만성 피로
욕망: 여유로운 일상, 좋은 엄마라는 자기 인식
현재 사용: 이케아/다이소 (깨져도 괜찮은 것)
원하는 것: 예쁘지만 실용적인 그릇
필수 조건: 전자레인지 OK, 식기세척기 OK, 적당한 가격
"보여요?"
서연은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네 명의 얼굴이 하나로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네. 보여요."
"이게 서연 씨의 '니치 마켓'이에요."
"니치 마켓?"
"네. Niche Market. 틈새시장이라고도 하는데, 저는 '뾰족한 시장'이라고 불러요."
K가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큰 원 안에 작은 원 여러 개.
"아까 얘기했죠? 도자기에 관심 있는 사람 100만 명. 이게 전체 시장이에요."
큰 원 안에 '100만 명'이라고 적었다.
"이 안에 여러 세그먼트가 있어요. 전통 도자기 좋아하는 사람, 모던 도자기 좋아하는 사람, 찻잔만 사는 사람, 화병만 사는 사람..."
작은 원들에 각각 라벨을 붙였다.
"근데 서연 씨가 찾은 건 여기예요."
작은 원 하나를 빨간색으로 칠했다.
4-7세 자녀를 둔 워킹맘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OK
예쁘지만 실용적인 도자기 원함
예산: 5-15만 원
"이게 니치 마켓이에요. 전체 100만 명 중에서 아마 1-2만 명 정도?"
"1-2만 명이요?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적은 게 좋은 거예요."
K가 말했다.
"기억나요? '좁히면 넓어진다'."
"잠깐요."
서연이 손을 들었다.
"저번에 배운 건 이해해요. 좁히면 반응률이 올라가고, 그 사람들이 퍼뜨린다고. 근데 솔직히 아직 불안해요. 1만 명이면 너무 적잖아요."
"왜 적다고 생각해요?"
"100만 명 중에 1만 명이니까... 1%잖아요."
"그럼 질문 하나 할게요."
K가 의자에 앉았다.
"서연 씨, 지금까지 평생 도자기 몇 개 팔았어요?"
서연은 생각했다. 전시회 판매, SNS 판매, 지인 판매...
"한 50개? 60개?"
"5년 동안 60개요?"
"...네."
"그러면 연평균 12개. 월평균 1개."
숫자로 들으니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근데 1만 명이 있어요. 이 중에서 1%만 사도 몇 개예요?"
"100개요."
"서연 씨 5년 치보다 많죠?"
"..."
"0.1%만 사도 10개예요. 거의 1년 치."
K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시장이 작은 게 문제가 아니에요. 시장이 작아도 '내 사람'이면 돼요. 100만 명 중 아무도 안 사는 것보다, 1만 명 중 100명이 사는 게 훨씬 나아요."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논리적으로는 이해됐다.
"그리고요."
K가 말을 이었다.
"1만 명이 진짜 끝이 아니에요."
"무슨 말이에요?"
"니치 마켓은 '시작점'이에요. 거기서 성공하면 확장할 수 있어요."
K가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동심원 세 개.
가장 안쪽 원: Core (핵심) - 4-7세 자녀 워킹맘
중간 원: Adjacent (인접) - 신혼부부, 1인 가구
바깥 원: Broader (확장) - 도자기에 관심 있는 일반인
"처음에는 가장 안쪽, Core만 공략해요. 4-7세 자녀 워킹맘."
"네."
"이 사람들한테 제대로 팔면, 입소문이 나요. 그러면 인접 시장이 관심을 가져요. '어, 저 브랜드 뭐야?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던데?'"
"아..."
"신혼부부도 '아이 생기면 쓸 수 있겠다' 생각하고, 1인 가구도 '실용적이고 예쁘네' 생각해요. Core에서 성공하면 Adjacent로 자연스럽게 확장돼요."
"그럼 처음부터 세 개 다 노리면 안 돼요?"
"안 돼요."
K는 흠.. 하고 말했다.
"세 개 다 노리면 세 개 다 놓쳐요. 메시지가 흐려지거든요."
종이에 두 가지 예시를 적었다.
A: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수제 도자기"
B: "바쁜 엄마를 위한, 전자레인지 되는 예쁜 그릇"
"A가 100만 명한테 말하는 거예요. B가 1만 명한테 말하는 거예요. 어떤 게 더 강해요?"
"B요."
"왜요?"
"A는... 아무한테나 하는 말 같고, B는 '나한테 하는 말'처럼 느껴져요."
"맞아요. B를 듣는 워킹맘은 생각해요. '어, 이거 나한테 딱이다.' 그 느낌이 구매로 이어지는 거예요."
K가 펜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거예요. 뾰족해야 박혀요."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질문이 떠올랐다.
"근데요. 그 니치 마켓이 진짜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좋은 질문이에요."
K가 노트북을 꺼냈다.
"검증하는 방법이 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대략적인 규모를 추정할 수 있어요."
화면에 초록색 검색 창이 떴다.
"자, 이렇게 검색해 볼게요."
입력했다.
'아이 그릇 추천'
검색 결과가 떴다. 블로그 글, 카페 글, 쇼핑 결과.
"월간 검색량 봐요."
초록창의 키워드 도구를 열었다. '아이 그릇'의 월간 검색량이 떴다.
아이 그릇: 월 5,400회
유아 식기: 월 8,100회
아기 그릇 추천: 월 3,200회
"이 키워드들 합치면 월 1만 6천 회 정도예요. 즉, 한 달에 1만 6천 명이 이런 걸 검색한다는 거죠."
"오..."
"물론 이 중에 전부가 타겟은 아니에요. 플라스틱 찾는 사람도 있고, 스테인리스 찾는 사람도 있으니까. 근데 최소한 '시장이 있다'는 건 확인된 거예요."
K가 다른 검색어를 입력했다.
'전자레인지 그릇'
전자레인지 그릇: 월 2,900회
전자레인지 되는 그릇: 월 1,800회
"이것도 검색되고 있어요. 즉, '전자레인지 되는 예쁜 그릇'을 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서연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숫자로 보니까 실감이 났다.
"이런 식으로 확인할 수 있구나..."
"네. 완벽하진 않아요. 검색량이 전부가 아니니까. 근데 최소한 '수요가 0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어요."
"자, 그럼 정리해 볼게요."
K가 화이트보드에 새로 적었다.
서연의 니치 마켓 정의
WHO: 4-7세 자녀를 둔 30대 워킹맘
WHAT: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가능한 예쁜 도자기 식기
WHY: 바쁜 일상 속 여유로운 가족 식탁을 원함
HOW MUCH: 5-15만 원 (세트 기준)
"이게 서연 씨의 '작은 연못'이에요."
"작은 연못이요?"
"네. 비즈니스에 이런 말이 있어요.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보다,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라.'"
K가 그림을 그렸다. 왼쪽에 큰 연못과 작은 물고기, 오른쪽에 작은 연못과 큰 물고기.
"100만 명 시장에서 존재감 없이 허덕이는 것보다, 1만 명 시장에서 '이 분야 최고'가 되는 게 나아요."
"..."
"'워킹맘을 위한 도자기' 하면 서연 씨가 떠오르게 만드는 거예요. 그 작은 연못에서 1등이 되는 거죠."
K은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지금까지는 큰 연못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도자기 작가'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수천 명의 다른 작가들 사이에서, 아무런 특징 없이.
이제는 다르게 해보자.
4-7세 자녀를 둔 워킹맘. 전자레인지 되는 예쁜 그릇. 이 좁은 영역에서 1등이 되는 것.
"근데요."
서연이 물었다.
"1등이 되려면 뭘 해야 해요? 그냥 그 사람들한테 팔면 되는 거예요?"
"아니요.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어요."
"뭔데요?"
"경쟁자를 봐야 해요."
K가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서연 씨 니치 마켓에서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해요. 그래야 어떻게 차별화할지 알 수 있거든요."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했다.
'유아 도자기 식기'
결과가 떴다. 다양한 제품들이 나왔다.
"자, 봐요. 뭐가 보여요?"
서연은 화면을 스크롤했다.
"음... 대부분 공장제 같아요. 그리고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
"맞아요. 토끼, 곰, 코끼리. 귀여운 캐릭터 도자기."
"가격은요?"
"2-5만 원 정도. 세트 기준."
K가 말했다.
"이게 서연 씨의 직접 경쟁자예요. 공장제 캐릭터 도자기."
"근데 저는 수제인데... 가격이 비쌀 텐데..."
"그게 문제죠. 가격으로는 경쟁이 안 돼요. 공장제가 2만 원인데, 서연 씨가 10만 원 받으면?"
"안 사겠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서연은 생각했다. 가격으로 경쟁이 안 되면...
"다른 걸로 경쟁해야죠. 가격 말고 다른 가치로."
"맞아요. 그게 '차별화'예요."
K가 종이에 표를 그렸다.
|
구분 |
공장제 캐릭터 도자기 |
서연의 수제 도자기 |
|
가격 |
2-5만 원 |
10-15만 원 |
|
디자인 |
캐릭터 (아이 취향) |
? |
|
품질 |
균일함 |
하나뿐인 수제 |
|
스토리 |
없음 |
? |
"공장제가 이기는 건 가격이에요. 서연 씨가 이길 수 있는 건?"
"품질이요. 수제니까."
"또요?"
"스토리?"
"맞아요. 스토리."
K가 '스토리' 칸에 밑줄을 쳤다.
"공장제는 스토리가 없어요. 그냥 '귀여운 토끼 그릇'이에요. 근데 서연 씨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요."
"어떤 스토리요?"
"예를 들어..."
K가 생각하다가 말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진짜 그릇'."
"첫 번째 진짜 그릇?"
"네. 플라스틱 말고, 진짜 도자기. 엄마가 아이를 위해 고르는, 처음이자 특별한 그릇. 이런 스토리예요."
서연의 눈이 커졌다.
"아... 그러면 단순히 '그릇'이 아니라 '의미'를 파는 거네요?"
"맞아요. 공장제 2만 원짜리는 '그릇'을 팔아요. 서연 씨 10만 원짜리는 '의미'를 팔아요. 가격 차이가 나도 괜찮아지는 거예요."
K가 표를 완성했다.
|
구분 |
공장제 캐릭터 도자기 |
서연의 수제 도자기 |
|
가격 |
2-5만 원 |
10-15만 원 |
|
디자인 |
캐릭터 (아이 취향) |
심플 (엄마 취향) |
|
품질 |
균일함 |
하나뿐인 수제 |
|
스토리 |
없음 |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진짜 그릇" |
|
타겟 |
아이 |
엄마 |
"보여요? 공장제는 '아이'한테 팔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근데 서연 씨는 '엄마'한테 파는 거예요. 엄마의 마음에 호소하는 거죠."
"같은 유아 식기인데, 타겟이 다르네요."
"네. 그게 차별화예요. 같은 시장에서 다른 각도로 공략하는 거."
서연은 메모를 했다.
캐릭터 도자기 = 아이한테 판다. 귀여움으로.
내 도자기 = 엄마한테 판다. 의미로.
"근데요."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이 스토리를 어떻게 전달해요? 그냥 '첫 번째 진짜 그릇입니다'라고 쓰면 되는 거예요?"
"아니요. 그건 너무 직접적이에요."
K가 말했다.
"스토리는 '느끼게' 해야 해요.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요?"
"예를 들어 볼게요."
K가 종이를 꺼내 두 가지 버전을 적었다.
버전 A (말하기)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진짜 그릇입니다."
버전 B (느끼게 하기) "아이가 처음으로 '내 그릇'이라고 부를 때, 그 그릇이 플라스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아침, 이 작은 그릇에 밥을 담으며 엄마의 마음도 함께 담깁니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이 그릇을 기억할 때, '엄마가 골라준 첫 번째 그릇'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서연은 두 버전을 읽었다. B를 읽는데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B가... 훨씬 와닿아요."
"왜요?"
"A는 그냥 정보 같은데, B는... 감정이 있어요. 엄마 마음이 느껴져요."
"그게 스토리예요. 정보가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거."
K가 말했다.
"이게 바로 '카피(Copy)'예요. 광고 문구나 고객을 설득하는 글이요. 광고 문구, 제품 설명, SNS 글. 전부 이런 식으로 써야 해요. 고객이 '느끼게'."
"자, 오늘 정리해 볼게요."
K가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니치 마켓 = 뾰족한 시장, 작은 연못
작은 연못에서 큰 물고기가 되라
경쟁자 분석 → 가격 말고 다른 가치로 차별화
스토리로 승부 → 정보가 아니라 감정 전달
"서연 씨의 니치 마켓은 '4-7세 자녀를 둔 워킹맘, 전자레인지 되는 예쁜 도자기'예요. 이 시장에서 '엄마의 마음'이라는 스토리로 차별화하는 거죠."
"네, 이해했어요."
"그럼 이번 주 숙제예요."
K가 종이를 건넸다.
숙제.
경쟁자 조사: 네이버/쿠팡에서 '유아 도자기' 검색, 상위 10개 제품 분석
가격대, 디자인, 후기 내용, 장단점
차별화 포인트 3가지 작성
내가 경쟁자보다 잘할 수 있는 것
스토리 초안 작성 (버전 B 스타일로)
"왜 이 그릇을 만들었는가"
"이 그릇을 쓰면 어떤 일상이 펼쳐지는가"
브랜드 이름 후보 3개 생각해 오기
"브랜드 이름이요?"
"네. 이제 슬슬 브랜드가 필요해요. '서연의 도자기'가 아니라, 이 니치 마켓에 맞는 브랜드."
서연은 숙제를 받아 적었다. 할 게 많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뭔가 방향이 잡히는 느낌.
"참, 그리고요."
K가 말했다.
"다음 시간부터는 Part 2로 넘어가요."
"Part 2요?"
"'S'는 끝났어요. Spot the Niche. 시장을 찾았죠. 이제 'H'예요."
"H가 뭐였죠?"
"Hypothesis. 가설."
K가 웃었다.
"니치 마켓을 찾은 건 좋은데, 아직 '진짜인지' 모르잖아요. 서연 씨 생각일 뿐이에요. 그래서 검증해야 해요."
"어떻게요?"
"직접 팔아보는 거예요. 진짜 만들기 전에."
"만들기 전에요?"
"네. 그게 MVP예요. 다음 시간에 배울 거예요."
여기, 그곳을 나서며 서연은 머릿속을 정리했다.
니치 마켓: 4-7세 자녀 워킹맘.
차별화: 엄마의 마음, 스토리.
다음 단계: 가설 검증, MVP.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3주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3주 전에는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팔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김지현'이 보인다.
34세, 워킹맘, 마포구, 딸 4세. 바쁜 아침, 플라스틱 그릇, 지친 표정.
그리고 그 김지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매일 아침, 이 작은 그릇에 밥을 담으며 엄마의 마음도 함께 담깁니다."
서연은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 그리고 적었다.
브랜드 이름 후보:
첫 그릇
마음 담은 그릇
엄마의 선택
...
아직 마음에 드는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일주일이 있으니까.
지하철에 올라타며 서연은 창밖을 바라봤다.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100만 명이 아니라 1만 명. 거기서 1등이 되는 것.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해야 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으니까.
[Part 2. H - Hypothesis & Verify][4장. 가설이라는 무기 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