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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5장. MVP, 완성 전에 팔아보기

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
작성자
주식회사 쉼
작성일
2026-01-20 22:14
조회
71

 

5장. MVP, 완성 전에 팔아보기

 


2주 후, 여기, 그곳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서연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양손에 든 박스가 제법 무거워 보였다.

"왔어요?"

K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시제품 가져왔어요."

서연이 테이블 위에 박스를 내려놓았다. 테이프를 뜯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신문지 뭉치를 하나씩 걷어내자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밥그릇 두 개, 국그릇 두 개, 그리고 작은 접시 두 개. 연한 크림색 흙 위로 유약이 얇게 입혀져 있었다. 화려한 캐릭터도, 눈길을 끄는 패턴도 없었다. 그저 손자국이 은은하게 남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질감뿐이었다.

"어때요?"

서연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K는 대답 없이 그릇을 집어 들었다. 형광등 불빛에 비스듬히 비춰보고, 손가락으로 표면을 쓸어보고, 무게를 가늠하듯 위아래로 흔들어보기도 했다.

"예쁘네요."

건조한 톤이었다.

"진짜요?" "네. 근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서연의 눈썹이 꿈틀했다.

"중요하지 않다고요?"

"제가 예쁘다고 느끼는 거랑, 실제 돈을 쓸 소비자가 예쁘다고 느끼는 건 다르니까요. 우린 그걸 검증하려는 거지, 작품 감상회를 하려는 게 아니거든요."


"전자레인지, 돌려봤습니까?"

"네. 3분씩 세 번 돌려봤는데 열기 견디는 데 문제없었어요."

"식기세척기는요?"

"본가에 가져가서 10번 연속으로 돌려봤어요. 이 나가는 거 없이 멀쩡해요."

"좋아요. 그럼 '기본 기능'에 대한 가설은 통과."

K가 그릇을 내려놓으며 서연을 똑바로 응시했다.

"자, 그럼 오늘은 이걸로 장사를 시작해 보죠."

"네? 지금요? 제품이 이것밖에 없는데요?"

"그러니까 MVP(최소 기능 제품)죠. 시제품 나왔고, 기능 확인했고. 이제 시장에 던져봐야죠."

드디어 실전이다. 서연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전에 숙제 검사부터 하죠. 타겟 팔로워 100명, 채웠습니까?"

서연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했어요. 인스타그램 새 계정 만들었어요. '담다'로요."

화면을 보여줬다.

@damda_official 담다 | 마음을 담는 그릇

팔로워 127명 | 팔로잉 342명

"127명... 목표 넘겼네요?"

"네. 손가락에 쥐나는 줄 알았어요. #워킹맘 #육아스타그램 태그 달린 게시물은 다 찾아다닌 것 같아요. 진심으로 댓글 달고 소통하니까 맞팔해 주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팔로워들 성향은요?"

"대부분 워킹맘이에요. 프로필에 아이 개월 수 적어놓으신 분들."

K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겟팅은 정확하네요. 콘텐츠 준비해 왔어요?"

"아뇨. 뭘 올려야 할지 막막해서..."


K가 노트북을 자신 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MVP 콘텐츠는 딱 세 가지만 기억해요. 브랜드, 제품, 그리고 반응. 왜 만드는지, 이게 뭔지, 그리고 사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MVP 콘텐츠 3종

브랜드 소개 (왜 이걸 만드는가)

제품 소개 (이게 뭔가)

반응 유도 (관심 있으면 어떻게 하라)

K의 시선이 서연의 노트로 향했다.

"저번에 쓴 브랜드 스토리, 다시 읽어봐요."

서연이 노트를 펼쳤다. 몇 번을 고쳐 쓴 문장이었다.

'아침 7시 30분. 출근 준비에 쫓기면서도 아이 밥그릇에 밥을 담는 그 순간만큼은 조금 느려지고 싶었습니다. 플라스틱 대신 엄마의 마음이 담긴 그릇...'

"좋아요. 그 문구, 첫 번째 게시물 캡션으로 씁니다. 사진은요?"

"그릇 사진 찍어온 거 있어요."

서연이 갤러리를 열어 보여주었다. 흰 배경지 위에 그릇 여섯 개를 정갈하게 놓고 찍은, 전형적인 쇼핑몰 누끼 사진이었다.

K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상품'이잖아요. 우리가 팔아야 하는 건 '일상'인데."

"일상... 이요?"

"서연 씨가 타겟팅한 워킹맘들이 이 그릇을 보고 '도자기네?'라고 생각하면 실패예요. '나도 저렇게 차려주고 싶다'고 느껴야죠. 다시 찍읍시다. 여기서."


K가 사무실 구석,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기 앉아 봐요."

얼떨결에 서연이 의자에 앉자, K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잠깐요."

K가 탕비실 쪽으로 가더니 뭔가를 가지고 왔다. 흰 쌀밥이 담긴 작은 냄비.

"밥 있었어요?"

"점심 먹으려고 해놨어요. 빌려줄게요."

밥그릇에 밥을 담았다. 국그릇에는 물을 살짝 부어 윤기가 나게 했다. 작은 접시에는 K가 가져온 깍두기 몇 조각.

"핸드폰 줘 봐요."

K는 서연의 폰을 받아 들고 요리조리 각도를 쟀다.

"45도 위에서. 햇살이 밥알에 맺히게. 배경에 창틀 살짝 걸치고... 찰칵." "자, 이번엔 손 연기 좀 합시다. 숟가락 들고 밥 뜨는 척해봐요."

찰칵. 찰칵. K가 찍은 사진을 서연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서연의 입이 벌어졌다.


"와... 완전 다른데요?"

아까 서연이 찍은 사진이 '재고 목록' 같았다면, 방금 찍은 사진은 잡지 속 '누군가의 평온한 아침' 같았다.

"이게 '일상'이에요. 고객이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사진."

"그냥 배경이랑 소품 차이인데... 느낌이 완전 다르네요."

"사진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을 전달해야 해요. 제품 스펙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제품이 있는 삶'을 보여주는 거예요."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하나 배웠다.


"두 번째는 제품 소개예요. 이건 좀 전략적으로 가야 해요."

K가 화이트보드 마카를 들었다.

"보통 초보들이 실수하는 게 있어요. '지름 12cm, 높이 6cm, 도자기 소재...' 이런 스펙부터 나열하는 거. 그거 고객들은 관심 없어요."

"그럼요?"

"고객의 언어로 번역해야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이라고 쓰지 말고, '바쁜 아침, 식은 밥 데워줘도 환경호르몬 걱정 없어요'라고 쓰는 식이죠. '둥근 모서리' 대신 '아이 입술이 닿아도 안전해요'라고 하고."

❌ 딱딱한 제품 소개

[제품 사양]

소재: 도자기

크기: 지름 12cm, 높이 6cm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가격: 89,000원 (세트)

⭕ 부드러운 제품 소개

"엄마, 이거 내 그릇이야?"

아이가 처음으로 '내 그릇'이라고 부를 때, 그 그릇이 특별했으면 좋겠습니다.

✔ 전자레인지 OK (바쁜 아침, 데워도 돼요)

✔ 식기세척기 OK (설거지 걱정 없어요)

✔ 둥근 모서리 (아이 입술에 닿아도 안전해요)

✔ 수제 도자기 (세상에 하나뿐인 그릇)

"같은 정보인데, 느낌이 다르죠?"

서연이 두 버전을 비교했다.

"위에 건 '스펙표'고, 아래 건 '이야기'네요."

"맞아요. 정보는 똑같이 전달하되, '고객 입장'에서 풀어야 해요.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이 아니라 '바쁜 아침, 데워도 돼요'로요."

"아이 입장의 대사를 넣은 것도 좋네요. '엄마, 이거 내 그릇이야?'"

"네. 그 한 마디가 고객의 '욕망'을 건드려요. '우리 아이도 저렇게 말하면 좋겠다'라고 느끼게."

서연이 받아 적었다. 스펙을 혜택으로 번역하기.


"마지막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해요. 반응 유도."

"구매 링크를 올릴까요?"

"아뇨. 아직 상세페이지도 없잖아요. 좀 더 원초적인 방법을 쓸 겁니다."

K가 화면에 문구 하나를 띄웠다.

[가격이 궁금하시면 댓글로 '가격'이라고 남겨주세요!]

반응 유도 문구 예시

"관심 있으시면 댓글에 🙋 남겨주세요"

"구매 의향 있으시면 DM 주세요"

"어떤 색상이 좋을까요? 1번 or 2번?"

"가격이 궁금하시면 '가격' 댓글 달아주세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행동을 요청해야 해요. 그냥 '좋아요 눌러주세요'는 약해요."

"왜요?"

"'좋아요'는 너무 쉬워요. 별 관심 없어도 누를 수 있거든요. '댓글'이나 'DM'은 더 적극적인 행동이에요. 그게 진짜 관심 있는 사람이에요."

서연이 메모했다.

"그러면 첫 번째 게시물에는 뭘 넣어요?"

"'관심 있으시면 댓글에 이모지 남겨주세요' 정도로 시작해요. 너무 세게 나가면 부담스러우니까."


"자, 그럼 첫 번째 게시물 만들어 볼게요."

K가 말했다.

"사진, 스토리, 반응 유도. 이 세 가지 조합이에요."

서연이 스마트폰을 들고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K가 옆에서 가이드했다.

"사진은 아까 찍은 거 중에 제일 좋은 거요. 햇살 들어오는 식탁 사진."

서연이 사진을 선택했다.

"캡션은요?"

"브랜드 스토리 + 반응 유도예요."

서연이 타이핑했다.

아침 7시 30분.

출근 준비에 쫓기면서도 아이 밥그릇에 밥을 담는 그 순간만큼은

조금 느려지고 싶었습니다.

플라스틱 그릇 대신 엄마의 마음이 담긴 진짜 그릇을 주고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 그 그릇에 밥을 담아주세요. 당신의 마음이 함께 담길 거예요.

🍚 담다 | 마음을 담는 그릇

✨ 이런 그릇, 필요하셨던 분 계신가요?

관심 있으시면 댓글에 🙋 남겨주세요!

"해시태그는요?"

K가 말했다.

"타겟이 검색할 만한 태그로요."

서연이 추가했다.

#워킹맘 #육아스타그램 #아이밥상 #유아식기 #수제도자기 #엄마의선택 #아이그릇 #키즈테이블웨어

"몇 개가 적당해요?"

"10-15개 정도. 너무 많으면 스팸처럼 보여요."

서연이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이대로 올려도 돼요?"

"네. 올려요."

업로드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올렸어요."

"수고했어요. 이제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바로 반응이 올까요?"

K가 웃었다.

"이제 기다리면 돼요."

"얼마나요?"

"24시간. 내일 이 시간에 결과 봐요."

서연은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방금 올린 게시물. 좋아요 0, 댓글 0.

"지금 당장 반응 오는 건 아니죠?"

"당연히요. 팔로워들이 피드에서 보려면 시간이 걸려요. 그리고 해시태그 검색으로 유입되는 것도 있고."

"긴장되네요."

"당연히 긴장되죠. 근데 그게 좋은 거예요."

"긴장된다는 건 '진짜 검증'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긴장되는 거잖아요."

"..."

"확신하고 있었으면 긴장 안 해요. '당연히 잘 될 거야' 하면서. 그게 더 위험한 거예요."

"..."


"자, 그럼 두 번째 게시물 준비해요."

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있는 서연에게 K가 다시 말했다.

"내일 올릴 거예요?"

"네. 첫 번째 반응 보고, 두 번째를 올려요. 연속으로 올리면 효과가 좋아요."

"두 번째는 뭘 올려요?"

"제품 상세 소개요. 아까 만든 '부드러운 제품 소개' 스타일로."

서연이 노트를 펼쳤다. K가 아까 보여준 예시를 참고해서 작성했다.

"엄마, 이거 내 그릇이야?"

아이가 처음으로 '내 그릇'이라고 부를 때, 그 그릇이 특별했으면 좋겠습니다.

🍚 담다 밥그릇 세트

✔ 전자레인지 OK (바쁜 아침, 데워도 괜찮아요)

✔ 식기세척기 OK (설거지 걱정 없이 편하게)

✔ 둥근 모서리 (아이 입술에 닿아도 안전해요)

✔ 수제 도자기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아이 그릇)

💰 세트 구성 & 가격이 궁금하시면 댓글에 "가격"이라고 남겨주세요!

"어때요?"

K가 음.. 소리를 냈다.

"좋아요. 근데 한 가지 수정할게요."

"뭔데요?"

"가격을 바로 안 알려주잖아요. '가격' 댓글 달면 알려준다고 했으니까."

"네."

"이게 일부러 그런 거예요. '가격 문의'를 유도하는 전략이에요."

"왜요? 그냥 가격 쓰면 안 돼요?"

"안 되는 건 아닌데, 이렇게 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어요."

K가 설명했다.

"첫째, 댓글 수가 늘어요. 댓글이 많으면 알고리즘이 좋아해요. 더 많은 사람한테 노출돼요."

"아..."

"둘째, '가격' 댓글 단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어요. 이 사람들이 '진짜 관심 있는 사람'이에요. 나중에 DM으로 직접 소통할 수 있죠."

"오... 그런 의도가 있었구나."

"마케팅은 다 의도가 있어요. 그냥 하는 게 아니라."


K가 접고 있던 허리를 펴며 말했다.

"자, 그럼 세 번째 게시물도 미리 준비해볼까요?

"세 번째는 뭐예요?"

"'비하인드 스토리'예요."

"비하인드요?"

"네. 만드는 과정. 왜 이걸 만들게 됐는지. 작가의 이야기."

K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첫 번째가 '브랜드', 두 번째가 '제품', 세 번째가 '사람'이에요. 이 세 가지가 조합되면 신뢰가 생겨요."

"사람이요?"

"네. 고객은 '브랜드'를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요. 이 그릇 뒤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알고 싶어해요."

서연은 생각했다. 자기 이야기를 하라는 건데... 뭘 써야 할지 막막했다.

"뭘 쓰면 돼요?"

"서연 씨 이야기요. 왜 도자기를 시작했는지. 왜 '아이 그릇'을 만들게 됐는지. 솔직하게."

"제 이야기가 재미있을까요?"

"재미있을 필요 없어요. '진짜'면 돼요."

K가 말했다.

"고객은 화려한 이야기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진짜 이야기를 원해요. '이 사람은 진심으로 이걸 만드는구나'라고 느끼면 신뢰해요."


서연은 잠시 생각했다.

자기 이야기. 왜 도자기를 시작했는지.

"저는요..."

천천히 말했다.

"대학 때 우연히 도예 수업을 들었어요. 처음엔 교양 학점 채우려고요. 근데 흙을 만지는 순간... 뭔가 달랐어요."

"뭐가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거다' 싶었어요. 흙이 손끝에서 형태가 되는 느낌. 가마에서 나온 완성품을 보는 순간.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도자기를 계속하게 됐고요."

"네. 근데 솔직히... 힘들었어요. 5년 동안 거의 못 팔았고, 빚만 늘었고."

서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냥 취업할까'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근데 안 그만뒀잖아요."

"네.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그만두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해볼 만큼 해보고' 그만두고 싶었어요."

K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스토리예요."

"이게요?"

"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못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게 서연 씨 스토리예요."

K가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고객은 생각해요. '이 사람은 진짜구나.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이걸 좋아하는구나.' 그러면 신뢰해요."


"자, 그럼 세 번째 게시물 초안 적어볼게요."

서연이 노트를 폈다. 천천히 적었다.

사실, 저는 도자기로 돈을 벌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5년 동안 작업만 했어요. 좋은 흙 찾아다니고, 유약 연구하고, 가마 온도 조절하고.

전시회도 했는데, 솔직히 거의 안 팔렸어요.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어요. '

취업할까'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근데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흙을 만지면 행복해지거든요.

가마에서 그릇이 나올 때, 그 순간이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누가 이 그릇을 쓸까'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떠올랐어요. 바쁜 아침,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는 엄마. 플라스틱 대신 예쁜 그릇을 쓰고 싶은 엄마.

그 엄마를 위해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담다. 제 진심을 담은 첫 번째 브랜드예요.

🙏 응원해주시면 힘이 될 것 같아요. 댓글로 한 마디 남겨주실 수 있나요?

다 쓰고 K에게 보여줬다.

"어때요?"

"흠.. 좋아요... 진짜 좋아요."

"진짜요?"

"네. '솔직함'이 있어요. 못 팔았다, 그만두려고 했다, 빚이 있다. 이런 거 숨기지 않았잖아요."

"부끄러웠는데..."

"그 부끄러움이 진짜인 거예요. 고객도 느껴요. '이 사람 진짜구나'라고."

그래도.. 라며 고개를 숙이는 서연에게 K가 말했다.

"완벽한 스토리보다 솔직한 스토리가 힘이 있어요. 사람들은 '완벽한 브랜드'를 안 좋아해요. '노력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참, 그리고요."

K가 덧붙였다.

"'가격' 댓글 달면 뭐라고 답할 거예요?"

"가격을 알려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가격만 알려주면 안 돼요. '가치'를 같이 알려줘야 해요."

K가 예시를 보여줬다.

❌ 안 좋은 답변 "밥그릇+국그릇+접시 세트 89,000원이에요!"

⭕ 좋은 답변 "안녕하세요 😊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담다 세트는 밥그릇+국그릇+작은접시 구성이에요. 가격은 89,000원이에요.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모두 되고요, 세상에 하나뿐인 수제 도자기라 아이에게 특별한 '첫 그릇'이 될 거예요 💕

혹시 더 궁금한 거 있으시면 편하게 물어봐주세요!"

"같은 가격인데, 느낌이 다르죠?"

서연이 두 버전을 비교했다.

"위에 건 '정보 전달'이고, 아래 건 '대화'네요."

"맞아요. 그리고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줘요. '수제 도자기', '특별한 첫 그릇'.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게."

"..."

"그리고 마지막에 '더 궁금한 거 있으시면'이라고 하면, 대화가 이어져요. 대화가 이어지면 구매 확률이 올라가요."


"자, 정리해볼게요. 잘 기억해두세요!"

K가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MVP 3일 콘텐츠 계획

Day 1:

브랜드 스토리 (감정 어필) → "이런 그릇 필요하셨던 분?" + 🙋 댓글 유도

Day 2:

제품 상세 (실용 어필) → "가격 궁금하시면 댓글" + 가격 댓글 유도

Day 3:

비하인드 스토리 (신뢰 어필) → "응원 한 마디" + 응원 댓글 유도

"이렇게 3일 연속으로 올리면, 반응 데이터가 쌓여요."

"데이터요?"

"네. 좋아요 수, 댓글 수, 저장 수, DM 수. 이게 전부 데이터예요."

K는 다시 한번 손가락을 까닥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3일 후에 이 숫자들 보면서 가설 검증할 거예요. 한번 어떻게 되는지 보죠."

"알겠어요."

K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3일 후에 결과가 안 좋아도, 실패가 아니에요."

"네?"

"'이 방향이 아니다'라는 정보를 얻은 거예요. 그러면 방향을 바꾸면 돼요. 그게 검증의 목적이에요."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불안했다.

제발 반응이 있길.


첫째 날 밤.

서연은 침대에 누워 5분 간격으로 새로고침을 했다.

좋아요 2개.

그마저도 지인들이었다. '역시 안 되나.'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둘째 날. 제품의 기능을 '엄마의 언어'로 쓴 두 번째 게시물을 올렸다.

가격이 궁금하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오후가 되도록 알림 창은 조용했다. 그러다 '띠링' 울린 알림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확인해 보니 [대출 상담 문의] 스팸 댓글이었다.

서연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댓글을 지웠다. K는 '반응이 없어도 계속하는 게 검증'이라고 했지만, 반응 없는 허공에 소리치는 기분은 비참했다.

셋째 날. 마지막 게시물, '비하인드 스토리'를 올릴 차례였다. 서연은 K와 상의했던 대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다. 5년 차 무명 도예가. 잘 안 팔리는 전시회. 늘어만 가는 빚. 그리고 그만두려다 다시 흙을 잡은 이유. '완벽하진 않지만, 제 진심을 담아 빚었습니다.'

업로드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았다. 더 이상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확인 안 해봐요?"

3일째 되는 날 오후, 사무실에 출근한 서연에게 K가 물었다.

"무서워서요..."

"무서워도 봐야죠. 데이터는 거짓말 안 하니까."

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눌렀다.

빨간 점.

하단 알림 탭에 빨간 점이 떠 있었다.

숫자가... 99+가 아니었다. 하지만 0도 아니었다.

3일 후.

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damda_official 팔로워 184명 (+57명)

눈을 의심했다. 팔로워가 늘었다.

떨리는 손으로 첫 번째 게시물을 눌렀다.

좋아요 47 | 댓글 12

댓글을 확인했다.

"🙋🙋🙋 이런 거 찾고 있었어요!"

"우와 너무 예뻐요 어디서 살 수 있어요?"

"가격이 궁금해요!"

"4살 아들 있는데 진짜 필요해요ㅠㅠ"

"수제 도자기 맞나요? 너무 예뻐요" ...

두 번째 게시물에는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좋아요 52 | 댓글 23

'가격',

'가격',

'가격'... 가격 문의 댓글이 18개나 달려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 게시물.

좋아요 58 | 댓글 20

"힘내세요! 진심이 느껴져요" "

저도 좋아하는 일 포기 못해서 버티고 있어요..."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릇 나오면 꼭 살게요!" ...

DM함도 열어보았다.

[작가님, 이거 언제 살 수 있나요?]

[예약 주문도 받으시나요?]

구매 문의 메시지가 7통 와 있었다.


서연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난 5년, 갤러리에 앉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릴 때는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세상 어딘가에, 내가 만든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 사실이 숫자가 되어 눈앞에 찍혀 있었다.

"그릇 나오면 꼭 살게요..."

서연이 댓글 하나를 소리 내어 읽었다. 목이 메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K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거봐요. 예쁜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죠?"

"네?"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게 아니에요. 서연 씨의 '이야기'와 '해결책'을 사는 거지."

K가 멍하니 있는 서연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고생했어요."

서연이 흠칫 놀라며 K를 쳐다봤다.

K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속 해볼까요? "

화면에 찍힌 18명의 구매 대기자. 그들이 서연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6장.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답을 준다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