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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아트프레너 성장 소설)_7장. 피벗, 방향을 바꾸는 용기

문화예술가를 위한 비즈니스 수업
작성자
주식회사 쉼
작성일
2026-01-31 18:58
조회
70

 

7장. 피벗, 방향을 바꾸는 용기

 


한 달 후.

스마트폰 화면이 뜨거웠다. 서연은 확홧한 액정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담다] 펀딩 종료

달성률: 369% 후원자 수: 24명

"펀딩 금액 184만원...."

기대는 했지만 생각지는 못했다. 50만 원만 넘겨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표의 3.7배가 넘었다.

- 팔린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구나. 누군가 내가 만든 것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네.. -

서연은 새삼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요."

K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서연을 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나중에 취소되고 그러진 않겠죠?"

서연의 말에 K가 피식 웃으며 의자를 돌려 일어섰다.

"결제 누락 조금 있을 순 있는데, 대세에 지장 없어요. 첫 펀딩치고는 잘했어요. 자, 앉아요. 커피?"

K의 말에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앉았다.

"근데요."

K가 커피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숫자만 보면 안 돼요."

"네?"

"숫자 말고 또 뭘 봐야 해요?"

"돈을 낸 '사람'을 봐야죠. 자, 노트북 열어서 같이 봐요."


엑셀 파일에 정리된 후원자 명단이 떴다.

"2개 세트는 하나도 안 나갔네요. 역시 15만 원은 비쌌나 봐요."

서연이 입맛을 다셨다. 야심 차게 준비한 '형제 자매 세트'였다.

"음... 잘못 설정한 걸까요?"

서연이 고개를 갸웃이며 물었고, K도 같은 방향으로 고객을 갸웃이며 답했다.

"음.. 글쎄요. 그것도 있고, 가격 때문일 수도 있어요. 159,000원은 심리적 저항선이 높아요."

"심리적 저항선이요?"

"10만 원대까지는 '충동구매' 가능하지만, 15만 원 넘어가면 고민이 시작돼요. 그래서 2개 세트는 가격을 낮추거나, 구성을 바꿔야 할 수도 있어요. 다음 펀딩 때 참고할 포인트예요. 정확한 것은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만요."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K가 말을 이었다.

"오늘은 다른 것을 좀 볼게요. 후원자 24명,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요?"

"어떻게 알아요? 안 보여주잖아요."

"몇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배송 정보. 주소 보면 대략적인 거주지역 알 수 있어요."

"아, 맞아요."

"둘째, 후원자 중에 댓글이나 응원 메시지 남긴 사람 있어요?"

서연이 확인했다.

"5살 딸아이한테 주려고 후원합니다! 예쁜 그릇 기대할게요 💕"

"조카 돌 선물로 주려고요. 예뻐요!" "

작가님 스토리 보고 응원하고 싶어서요. 힘내세요!"

"전자레인지 되는 예쁜 그릇 찾고 있었는데 딱이에요"

"인스타에서 보고 왔어요. 저도 육아 중인데 공감됐어요"

"출산 선물로 주려고 합니다"

"저희 아이도 4살이에요. 기대됩니다!"

"예쁜 그릇 좋아하는데 수제 도자기는 처음이에요. 기대돼요!"

"어때요?"

서연이 메시지들을 다시 읽었다.

"음... '5살 딸', '4살 아이'... 타겟이 맞은 것 같아요."

"그리고...?"

서연이 다시 봤다.

"'조카 돌 선물', '출산 선물'... 선물용으로 사는 사람도 있네요."

"그거예요."

K가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서연 씨 타겟이 뭐였죠?"

"4-7세 자녀를 둔 워킹맘이요."

"근데 실제 후원자 중에 '선물용'으로 산 사람이 있어요. 이 사람들은 타겟이 아니에요. 본인이 쓰려고 산 게 아니니까."

"..."

"이게 중요한 발견이에요. '예상하지 못한 고객'이 있었다는 거."

서연이 메시지를 다시 세어봤다.

"'조카 돌 선물', '출산 선물'... 메시지 남긴 사람 중에 2명이요. 근데 선물 세트 리워드가 2개 팔렸으니까, 이 2명일 수도 있어요."

"선물 세트 가격이 99,000원이었죠. 일반 89,000원보다 1만 원 비싼데도 산 거예요."

"선물 포장 때문에요?"

"네. '선물'이라는 목적이 있으면 가격 저항이 낮아져요. 예쁘게 포장해서 주고 싶으니까."

발견 1: 선물 시장이 있다

출산 선물

돌 선물

조카/손주 선물

→ 본인 사용이 아닌 '선물용' 수요 존재

"이게 왜 중요해요?"

"처음 타겟은 '본인이 쓰는 워킹맘'이었어요. 근데 '선물 주는 사람'도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서연은 잠깐 생각에 빠졌다. 자기도 조카 돌잔치 때 뭘 사줄지 한참 고민했었다. 흔한 거 말고 특별한 거. 그때 이런 그릇이 있었으면...

"아... 타겟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거네요?"

"맞아요! 우리는 지금 그걸 발견하는 중이예요!"


"또 뭐가 보여요?"

K가 물었다. 서연이 메시지를 다시 봤다.

"'예쁜 그릇 좋아하는데 수제 도자기는 처음'... 이 분은 아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죠. 이 사람은 '예쁜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아이 유무와 상관없이."

"그러면 타겟이 아닌 사람도 샀다는 거예요?"

"그러게요. 그러네요. 하하.."

K가 웃었다.

발견 2: 타겟 외 고객 존재

예쁜 그릇/식기 좋아하는 일반인

수제 도자기에 관심 있는 사람

작가 스토리에 공감한 사람

→ '아이 엄마'가 아니어도 살 수 있다

"이건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솔직히요? 둘 다예요."

"..."

"좋은 점은, 시장이 예상보다 넓을 수 있다는 거예요."

"나쁜 점은요?"

"타겟이 흐려질 수 있어요. '모두를 위한 그릇'이 되면, 결국 '아무도 위한 그릇'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음.. 피벗이 필요할 수 있어요."

"피벗이요?"

"농구 좋아해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는 많이 했었는데요. 왜 있잖아요."

K가 일어나서 공을 잡은 것처럼 손을 둥글게 잡고서 한 발을 땅에 붙이고, 다른 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거요. 이거."

"뭔지 알겠어요. 근데.. 그게 왜?"

K가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서연을 보며 말했다.

"이게 피벗이에요. 축을 떼면 반칙. 서연 씨의 축은 '4-7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에요. 그건 유지해요. 대신 다른 발을 살짝 돌려서 '선물 시장'이라는 곳을 찔러보는 거죠."

피벗 (Pivot)

= 가설이 틀렸거나, 더 좋은 방향을 발견했을 때 = 기존 방향을 유지하면서 일부를 바꾸는 것

"이전에 얘기했었죠? 가설이 틀리면 '학습'이라고."

"네, 기억해요."

"피벗은 그 학습을 바탕으로 방향을 바꾸는 거예요.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바꾸는 거죠."

"아..."

"피벗에도 종류가 있어요."

피벗의 종류

고객 피벗: 타겟 고객을 바꾸는 것

문제 피벗: 해결하는 문제를 바꾸는 것

제품 피벗: 제품/서비스를 바꾸는 것

채널 피벗: 판매 채널을 바꾸는 것

수익 모델 피벗: 돈 버는 방식을 바꾸는 것

"예를 들어 볼게요."

K가 설명했다.

"서연 씨가 '워킹맘'을 타겟으로 했는데, 데이터를 보니 '선물 주는 사람'이 더 많이 샀어요. 그러면 타겟을 '선물 주는 사람'으로 바꿀 수 있어요. 이게 고객 피벗."

"아..."

"아니면, '아이 그릇' 대신 '반려동물 그릇'으로 제품을 바꿀 수도 있어요. 이게 제품 피벗."

"반려동물이요?"

서연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예시예요. 실제로 그러라는 건 아니고."

K가 손을 저었다.

"근데 진짜로 그렇게 피벗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어요. 아이 그릇 만들다가 고양이 밥그릇으로 바꿔서 대박 난 도예가. 고양이 집사 시장이 생각보다 커서."

"진짜요?"

"진짜요. 세상은 넓고 다양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가진 고객들이 존재하니까요."

"음.. 그러면 저는 피벗을 해야 해요?"

"반드시는 아니에요."

K가 말했다.

"피벗은 '틀렸을 때'만 하는 게 아니에요. '더 좋은 기회를 발견했을 때'도 해요."

"더 좋은 기회요?"

"예. 서연씨한테 그런 기회인지 한번 같이 생각해봐요."

현재 상황

목표: 워킹맘 타겟, 아이용 그릇 판매

결과: 펀딩 369% 달성, 24명 후원

발견: 선물 시장 존재, 타겟 외 고객 존재

"펀딩은 성공했어요. 타겟도 대체로 맞았어요. 근데 '추가 기회'가 보여요."

"선물 시장이요?"

"맞아요. 서연씨한테 선택지는 두 개예요."

선택지 A: 현재 방향 유지

워킹맘 타겟 계속

아이용 그릇에 집중

선물 시장은 부수적으로 처리

선택지 B: 부분 피벗

워킹맘 + 선물 시장 동시 공략

제품 라인 확장 (선물 세트 강화)

메시지 조정 ("아이에게 주는" + "선물하기 좋은")

"어느 쪽이 맞아요?"

"정답은 없어요. 서연 씨가 선택하는 거예요."

"잠깐요."

서연이 손을 들었다.

"저 혼란스러워요. 처음에 '좁혀야 한다'고 했잖아요. 니치 마켓, 한 사람에게 집중하라고. 근데 지금은 '선물 시장도 노려라'고 하시는 거예요?"

K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질문이예요. 처음에는 좁혀야 해요. 그래야 '방향'이 잡히니까. 근데 어느 정도 검증이 되면, 확장할 수 있어요. 이거 봐요"

Core (핵심): 4-7세 자녀 워킹맘

Adjacent (인접): 선물 시장, 예쁜 그릇 좋아하는 사람

Broader (확장): 도자기 관심 있는 일반인

"서연 씨는 Core에서 검증을 마쳤어요. 펀딩으로. 이제 Adjacent로 확장해도 되요. 역시 선택이지만요."

"흠..

"그런데, 계속 생각해야 하는 건 검증 없이 확장하면 위험이 커져요. 순서가 중요해요. 먼저 좁히고, 검증하고, 그 다음에 넓히고..."


"그러면.. 저.. 어떻게 할까요?"

서연이 물었다.

"그걸 판단하려면 확인해야죠. 일단 데이터를 더 모아야 해요. 지금은 후원자가 24명밖에 안 되거든요."

"24명이면 적어요?"

"방향성은 알 수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적은 숫자예요. 자, 서연씨 우리 이거 해볼까요?"

K가 책상 위에 있던 포스트잇을 뜯어 펜으로 슥슥 적어 건넸다.

[숙제]

  1. 배송할 때 손편지 쓰기

  2. 문자 보내서 5명 통화하기 ("왜 사셨어요?")

"24명 중에 5-10명 정도 직접 얘기해 보는 거예요. 왜 샀는지, 뭘 기대하는지, 어디서 알게 됐는지."

"어떻게 연락해요? 갑자기 연락하면 이상하지 않아요?"

서연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낯선 사람에게 전화하는 건 생각만 해도 손에 땀이 났다.

"배송할 때 손편지 넣으세요. '후기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 같은 거 넣어서."

"그건... 그건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면 배송 후에 문자 보내도 돼요. '잘 받으셨나요? 혹시 10분만 통화 가능하실까요?' 하고."

"꼭 해야 돼요?"

서연의 표정이 더 굳었다. K가 서연을 봤다.

"통화 싫어요?"

"싫은 건 아닌데... 낯선 사람한테 전화하는 게 좀..."

"저도 그래요."

K가 비밀 얘기하듯이 말했다.

"저 사실 통화 엄청 싫어해요. 전화 오면 일단 안 받고 문자로 '무슨 일이세요?' 보내는 타입이에요."

서연이 쿡쿡 웃었다.

"그런데 왜 저한테는 통화를 추천하시는 거예요?"

"텍스트보다 정보가 많아서요. 표정은 못 보지만, 목소리 톤에서 많이 알 수 있거든요. '네, 좋아요'가 진짜 좋은 건지, 그냥 대충 대답하는 건지."

K가 덧붙였다.

"근데 정 싫으면 문자나 카톡으로 해도 돼요.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중요한 건 '물어보는 것' 자체예요."

서연이 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물었다.

"뭘 물어야 해요?"

후원자 인터뷰 질문

  1. 어디서 처음 알게 되셨어요? (유입 경로)

  2. 왜 후원하셨어요? (구매 동기)

  3. 다른 제품이랑 비교하셨어요? (경쟁 인식)

  4. 가격은 어떻게 느끼셨어요? (가격 인식)

  5. 받으시고 어떠셨어요? (제품 만족도)

  6. 주변에 추천하실 의향 있으세요? (NPS)

  7.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으세요? (피드백)

  8. 다른 제품 나오면 또 사실 의향 있으세요? (재구매)

"다 물어봐야 해요?"

"아니요. 대화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근데 2번, 5번, 7번은 꼭 물어봐요."

"2번 구매 동기, 5번 만족도, 7번 피드백이요?"

"예. 2번으로 '왜 샀는지' 알면, 마케팅 메시지를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어요. 고객이 쓰는 언어로."

"그리고.. 5번으로 '제품이 괜찮은지' 알 수 있어요. 만족하면 다행이고, 불만족이면 개선해야 하고."

"7번은요?"

"7번이 제일 무서운 질문이에요."

K가 한 쪽 입술을 삐죽 올렸다.

"고객이 직접 '이게 아쉬워요'라고 말해주는 거니까요. 듣기 싫은 말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게 '금광'이에요. 그걸 고치면 더 좋은 제품이 되는 거니까. 안 물어보면 영원히 몰라요. 저도 처음에는 안 물어봤어요. 무서워서. 근데 물어보고 나서 '아, 이래서 안 됐구나' 알게 됐죠."

"예.."

"그리고 하나 더."

서연이 K를 쳐다보았다.

"'선물용'으로 산 사람이랑 '본인용'으로 산 사람, 따로 분석해야 해요."

"왜요?"

"구매 동기가 달라요. 본인용으로 산 사람은 '내가 쓸 그릇'을 산 거예요. 실용성, 디자인, 가격을 따져요."

"내가.. 쓸 그릇.." 서연이 메모를 했다.

"근데 선물용으로 산 사람은 '받는 사람이 좋아할 그릇'을 산 거예요. 포장, 의미, '선물로 주기 좋은지'를 따져요."

"그렇죠. 기준이 다르네요."

"맞아요. 그래서 두 그룹을 따로 인터뷰해야 해요. 같이 섞으면 데이터가 흐려져요."


"자, 그러면 서연 씨."

K가 진지하게 물었다.

"피벗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서연은 생각했다.

펀딩은 성공했다. 타겟도 대체로 맞았다. 근데 '선물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보였다.

근데 솔직히, 지금 당장 결정하기엔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그릇도 만들어야 하고, 배송도 해야 하고, 인터뷰도 해야 하고.

"솔직히... 아직 모르겠어요."

"그게 정상이에요. 지금 당장 결정 안 해도 돼요. 인터뷰하고, 데이터 더 모으고, 그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휴, 다행이에요."

"근데 이거 한 가지는 말해줄게요. 피벗은 '실패'가 아니에요.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

"많은 창업자들이 피벗을 두려워해요.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그런데 틀린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길을 발견했다'고 생각해야 해요."

어... 하면서 K가 말을 이었다.

"알고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가 처음에 '데이팅 사이트'였어요."

"예? 몰랐어요. 진짜요?"

"예. 2005년에 처음 만들 때, '동영상으로 자기소개하는 데이팅 서비스'였어요."

"전혀 몰랐어요."

"근데 데이팅용으로 아무도 안 쓴거죠. 대신 사람들이 재밌는 영상, 음악, 일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창업자들이 그걸 봤어요. '어, 우리가 생각한 거랑 다르게 쓰네?'"

"그래서요?"

"피벗했어요. '데이팅'을 버리고, '모든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그게 지금의 유튜브예요."

서연은 감탄했다.

"와... 데이팅 사이트에서 유튜브가 됐다고요?"

"네. 고객이 알려준 거예요. '우리는 이렇게 쓸 거야'라고. 창업자들이 그 신호를 잡은 거죠."

"아, 그럼 이것도 처음 들어봤을 수도 있겠네요. 인스타그램도 그래요."

"인스타도요?"

"인스타 원래 이름이 '버븐(Burbn)'이었어요. 위치 공유 앱이었죠."

"위치 공유요?"

"네. 자기 위치 체크인하고, 친구들이랑 공유하는 앱. 근데 기능이 너무 많았어요. 복잡해서 아무도 안 썼어요."

"..."

"근데 데이터를 보니까, 사람들이 딱 하나만 쓰더래요. 사진 올리는 기능."

"아..."

"그래서 다른 기능 다 버리고, '사진'만 남겼어요. 이름도 바꿨고요. '인스타그램'으로. 그게 지금 10억 명이 쓰는 앱이 된 거예요."

서연은 놀랐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다 피벗한 거네요."

"맞아요. 성공한 회사들도 피벗했어요. 피벗이 실패가 아니예요.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죠."

K가 잠깐 멈췄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모든게 그렇듯 모든 피벗이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피벗한다고 했다가 그냥 방황만 한 사람도 많아요. 때로는 저도 그런거 같기도 하고요.."

K가 픽 웃으며 말하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자, 그러면 제작도 해야 되고, 인터뷰도 해야 되고, 할거죠?"

서연이 고개를 숙이며, 예.. 대답했다.

"있잖아요. 서연씨, 고객들은 서연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다쟁이들일 수도 있어요. 너무 걱정마요."

"알겠어요."


피벗..

서연은 여기, 그곳을 나와 길을 따라 느릿하게 걸었다. 북적이는 가게와 한산한 가게가 교차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요즈음 서연은 사람들의 머무는 이유를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걷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사실 피벗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공들여 고민한 것들이 틀렸다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말하는 상황에서 나조차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버린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서연은 멈춰 서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여기서 방향을 트는 것이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어쩌면 더 나은 목적지에 닿기 위한 정거장일 뿐이라고.

피벗은 포기가 아니다. 더 오래 하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Part 3. I - Identity & Fandom] [8장. 브랜드 스토리, 당신은 누구입니까 로 이어집니다]